일본 정신과 의사인 가야마 리카가 쓴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는 책을 보면 딸들은 엄마의 뜻을 거스를 때에 적지 않은 자책감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누군가의 딸이기도 했던 엄마는 입시, 취직, 연애, 결혼, 출산 등 딸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엄마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 이때 딸은 엄마 말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려는 생각을 하면, 대부분이 ‘엄마를 배신한다는 심한 자책감’에 사로 잡힌다고 한다.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고 이의 조절 정도에 따라 많은 것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의 주장대로 라면 딸이 엄마의 말을 따르든 그렇지 않든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처럼 볼 수 있다. 또 자신을 지배하는 엄마에 대한 딸의 원망은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표출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딸들에게 “엄마도 엄연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친구 같은 딸”, “딸 같은 며느리” 등의 말들은 어느 일방의 표현일 뿐이다. 그 표현을 쫓아하다가는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친구 같은 딸이라고 하지만 딸에 대한 엄마의 집착은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병적인 것”에 가까운 모습도 많다. 딸 같은 며느리는 더욱 그렇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한 요즘은 이라 하지만 추석 등 명절에 시댁에서 며느리가 딸처럼 쉴 수 있는 집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족 공동체의 일원으로 원만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서로를 소유나 집착 관계가 아닌 대등한 인격체로 인정해 주고 혹시 나만 나쁜 사람 인가하는 죄책감 같은 것을 갖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 간에 있어서 소유욕과 집착은 다른 공동체보다 더 많은 상처를 줄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까지 가져다 고민하지 말고, 밸런스를 가지고 일정한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원숭이 사냥꾼들은 나무에 조그마한 구멍을 판 뒤 그 구멍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열매를 넣어둔다고 한다. 구멍의 크기는 원숭이가 주먹을 펴야만 간신히 손을 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원숭이는 구멍에 손을 넣어 최대한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열매를 움켜쥐고 절대 펴려고 하지 않는다. 이때 원숭이 사냥꾼들이 나타나 원숭이를 잡아간다고 한다. 원숭이가 손을 펴기만 했다면 충분히 도망을 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결국 가지겠다는 욕망이 너무 크면 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가족 간의 정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러나 내 인생도 내 맘 데로 못해 왔으면서, 독립적인 타인의 인생을 마치 본인이 소유한 것과 같이 간섭하는 것은 독립된 자아를 멸실시키는 것이다.
관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이 시대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