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비 story 3

비와 술은 분위기를 좋게 하는 가장 최적의 조합이다.

by 이상훈



비가 내린 으스름한 저녁이 되면 많은 예전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술을 찾아 나섰다. 맑은 날 점심에도 마시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을 터인데 날씨마저 스산하니 어찌 술을 찾지 않겠는가?

인간에게 술은 참 오래된 연인 같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술은 제사용이나 치료용 등 다양하게 제조되어 왔다. 그런 고로 술과 관련된 속담도 꽤나 많다.

내게 있어서도 술은 애증관계를 맺은 듯 하다. 어쩌다 술에 지쳐 생각도 하기 싫고 쳐다보기도 싫다가도 며칠도 못가 찾게 되니 말이다.
술은 "권하는 맛이다"이라고 한다. 손님이 오면 반가워서 마시고 헤어질 때에는 섭섭함을 이유로 이별주를 마신다. 넉넉한 집의 경우 가양주를 담가 놓고 밥을 먹을 때마다 밥과 곁들여 마시기도 한다.


손님이 있는 집은 매 끼니마다 반주를 올리는 것도 예절이었다고 한다. 수작(酬酌)이라고 술과 관련한 주법이 있어 술상에 앉으면 서로 술잔을 주고받았고 요즘에야 많이 사라진 술잔 돌리기도 과거엔 행배(行杯)라고 해서 당연시 여겼다. 또 주불쌍배(酒不雙杯)라 하여 자기 앞에 술잔은 둘 이상 것이 술자리에서의 예절이었다.

우리 전통 발효주인 청주를 약주라고도 하는데 어원이 재미있다. 보통 청주라 함은 술독에 용수를 박아 그 밑에 괴인 맑은술을 일컫는다. 청주가 약주로 불리게 된 데는 흥미 있는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 호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지낸 서성이라는 이 계셨는데 당시 서성의 집에서 빚어낸 가양주가 애주가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성 댁 가양주를 칭송하고 일반 가양주와 구분 짓기 위해 서성 댁의 가양주에 서성 선생의 호인 약봉(藥峰)과 그가 살았던 약현(藥峴)에서 약자를 따와서 약주라고 불렀다고 전해지기도다.

전통술을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보통 가양주의 경우 누룩과 물, 고두밥을 단번에 넣고 발효시키는데 제사가 많은 종가나 손님의 왕래가 빈번한 집에서는 술맛을 차별하기 위해 많은 더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고급술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덧술 방법이다. 입안에 감기는 맛과 바디감을 높이려고 밑술에 몇 번의 덧술 과정을 더 더하는데 덧술을 하게 되면 술의 양은 줄어드나 향과 맛이 뛰어난 술을 얻을 수 있었다.

덧술을 한다는 것은 밑술에 한 두 차례 찹쌀과 고두밥, 물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덧술 된 술에는 일반 청주와 구별하기 위해 “춘”를 붙였다. 약산춘(藥山春)이라던가 요즘 브랜드인 국순당의 산사춘이 이에 해당한다. 백일주(百日酒)·법주(法酒)도 덧술 한 고급술의 한 종류이다.

소주는 청주를 가열해서 얻는다. 먼저 증류가 가능한 토기에 청주를 넣고 불을 때 알코올이 기화되면서 상부의 찬물이 담긴 토기에 부딪혀 물방울을 맺도록 해서 얻는다.

이때 불의 세기가 중요했는데 불 때는 이의 정성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였다. 이 때문에 술을 넣는 재료와 증류할 때 사용하는 땔감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집에서 만드는 소주의 맛도 크게 달랐다. 지방에 따라 마시는 시기가 크게 달랐다고도 한다.

비가 내려 울적해진 오늘 같은 날 직장 동료들과 술 한잔을 부딪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 들어 혼자 마시는 혼술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왠지 혼술은 기분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