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 수록 얼굴에 얼룩이 많이 생긴다.
어느 날 문득 본 내 얼굴에 검게 그을린 듯한 2센티미터 정도의 옅은 검은색 타원형 점이 그림자인 듯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나이가 드니 얼굴에 별개 다 생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잊혔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얼굴의 이 자리는 혼자만이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 사건이었다.
한복을 재단할 때 사용하는 긴 대나무자와 그것을 휘두른 동네 후배 그리고 아버지
그날 무슨 연유에서인지 놀이 중 다툼이 있었고 외아들인 그 아이가 자를 들고 나와 휘둘렀다. 그 자가 얼굴에 맞아 피부가 벗겨졌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그 집에 항의하러 갔다. 나는 쑥스러워 그 집 문 앞에 들어서길 꺼려했는데 아버지는 그 집 아주머니에게 뭐라 화를 내신 기억이 있다.
그 아이 그 아이가 이제 다시 생각이 나고
다 지난 일이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생각나는 것은
그것도
나의 얼굴의 희미한 그림자 같은 점이 눈노처럼 떠올랐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가 한 모든 것에 대해
용서를 빌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