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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냐

by 이상훈

내가 지쳐있는 것일까?

나란 놈 자체의 본성이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지극히 맞지 않는 네가 싫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그대에게 세심한 이해를 받고 싶어서일까?

조금만 참이었다면 별 일이 없을 것인가?

내가 옳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면 옳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자라온 환경과 다르다는 것이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까?

변덕스러운 내 기분 탓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변덕스러운 것은 큰 사랑을 받지 못해서일까?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매일 화가 차 있는 것이 나의 본성일까?

내가 결정한 것 중 얼마만큼 이 그른 일이고 얼마만큼 이 옳은 일일까?

내가 결정한 것 중 얼마만큼 이 나를 위한 일이고 얼마만큼 이 타인을 위한 것일까?

나의 결정에 나를 도모함이 있었을까?

나는 나 스스로를 돕고 있지 않은데

부족한 힘으로 주위를 돌봄에 지치기도 하고 거기에 나의 도움은 오히려 간섭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그러다 보면 바라는 이는 더욱 바람을 갖고 무관심한 이는 더욱 무관심해지는데

나는 그 둘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많은 것에 의의를 두다 보면 질서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질서를 갖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해야 할 것에 방점을 두는 일 일 것이다.

공허함 슬픔 욕망 무질서는 마음의 상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는 항상 불안전하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해야 마음이 편안할지

아직도 모른다.

남들도 나와 같다면 그렇지만 실로 이렇게 보면 나와 같지 않다.

내가 보는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에 얼굴에 책임을 지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난 아직도 나의 얼굴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난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기도 하고 난로 위 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같기도 하다.

또한 온도가 있는 듯 없기도 하고 만져지는 것 같으면서도 실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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