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상엿집 위에 두둥 둥근달이 높이 떠 있었습니다.
겨울 달은 거의 머리 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겨울 달은 낮이 짧은 겨울밤 귀가를 서두는 나그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가로등불 같습니다. 맑은 겨울밤 영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체력이 남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불속에 장난을 계속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에도 정서상 꽤나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때 나의 눈엔 등잔불이 없어도 사물의 분간이 가능할 정도로 환하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이불속에서 누님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귀가하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다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달밤 외가댁에 행사가 있어 사촌들끼리 나란히 누워 있을 때의 달빛은 오히려 잠을 멀리 쫓아 버리기도 합니다.
달이 밝은 어느 겨울날 동네 끝자락에 있는 친구 집으로 밤마실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상엿집은 오싹합니다. 상여는 망자를 운구하는 도구로 동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물건인데 각종 제구와 함께 동네 외곽에 상엿집을 만들어 보관합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간다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늦은 밤 상엿집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밤마실을 가서는 친구네 사랑방을 내려서서 겨울공기에 싸늘해진 디딤돌을 밟을 때가 되면 상황이 크게 바뀝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단순히 여러 고무신 중 자신에게 맞는 고무신을 찾는데 집중하거나 늦은 귀가로 듣게 될 엄마의 잔소리만 걱정했습니다.
집을 나서 달빛을 이고 먼 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콩닥콩닥거리기 시작합니다.
상엿집 귀신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터라 나뭇가지에 비닐이 걸려 소복 입은 귀신처럼 나붓거리면 입안은 바짝 말라 상엿집을 멀리 두고 뛰기도 해 봅니다.
당최 앞으론 절대 이 집까지 밤마실은 오지 않을 거야 다짐도 해봅니다.
상엿집 위에서 밤새 빗자루와 씨름하던 술주정꾼의 이야기가 아직도 머릿속 저편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