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란에는 커다란 넝쿨을 자랑하는 월계꽃나무 옆으로 꽈리나무가 있었다는 생각이 난다.
주황색의 꽃받침을 가진 꽈리는 그 안에 동전만 한 크기의 동그란 주황색 열매가 있다.
내가 어릴 때는 별생각 없이 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꽈리가 익어갈 때의 색감이 참 따뜻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집을 이쁘게 장식해 주기도 했었다.
오뉴월 화려했던 월계꽃과의 경쟁을 피하고 여름햇살이 뜨거운 기운을 걷어 갈 때쯤이면
비로소 아름다운 색감을 나타냈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는 주황색으로 변한 꽈리를 줄기째 가져다 벽에 걸기도 하고
감이 달린 감나무 가지와 함께 아무렇게나 벽장식을 하시기도 했다.
이제 사 생각하니 그건 아름다운 풍경을 방안에 옮겨 놓고자 하는 아버지의 빌드업이었다.
우리에게는 즐거운 놀이도구였는데
꽈리는 약간 시큼한 맛이 난 걸로 기억하는데 꽈리 안쪽의 내용물을 빼내고 공기로 채워진 꽈리를 입안에 넣고 혀와 이로 적당히 누르고 굴리면 “삑삑”거리는 소리를 냈다.
꽈리와 닮은 고무로 만든 꽈리도 그 시절엔 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