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는 잦았다.
여기서 좁다는 것은 길이 좁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가구 수가 많지 않다는 의미가 더 컸다. 동네 바깥쪽에 살던 이들이 안동네로, 내 옆집에 살던 그네들은 초등학교 옆 이웃동네로 이사를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은 이미 사라졌고, 이후로도 서너 차례 주인이 바뀐 것 같다. 이 시골에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렇게 자주 사람이 바뀌었을까.
동네를 떠나가는 걸 보며 서운한 마음이 들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게 느껴지곤 했다. 내가 살던 윗집에서는 학교에 갈 때마다 들러 아침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 집은 우리 집과 크기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 우리 누님과도 친하게 지내던 그 형님은 윗동네로 이사해 정육점을 열었다. 최근까지도 근 50년 넘게 그 일을 해오신 것 같다. 이제는 타향 사람 같은 느낌이지만, 가끔 보면 웃는 얼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술에 쩔어 푸석해진 얼굴과, 어느 순간부터 절게 된 다리는 마음에 남는다.
그 집 밥상이 떠오른다.
우리 집에서는 흔하지 않던 하얀 무김치를 퉁퉁 썰어 쪄서 밥상에 올려놓곤 했다.
어떤 맛이었을까. 침을 삼키며 괜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맛있을 거라고 뇌가 먼저 반응했던 기억이 난다. 쌀뜬물에 미원으로 맛을 낸, 어쩌면 그저 그런 동치미 맛이었을 텐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