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사회적 동물

by 이상훈


사람들은 서로에게 위안을 얻고자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고 한다. 통계상으로 보더라도 가족이나 이웃 등과의 교류가 활발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지난 시절 아무리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경제적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하였다 하더라도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면적으로는 “불행하다”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훨씬 크다.
그러기에 저 사람은 인품이 훌륭하니 잘 지낼 거야? 설마 저런 분에게 “우울증”이 오겠어하는 말들은 인간에 대한 과대한 평가일 수 있다.

직종별로는 종교인들의 기대수명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높은 신앙심은 물론 신자들과의 두터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교류가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안정”을 선호한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진보였더라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보수”로 탈바꿈한다. 인식의 고착화에서 오는 현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제도 등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과 마냥 참신한 사람과는 분명히 다르다.


시선이나 시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진보 성향의 경우 진보라는 이유로 인해 다른 세대로부터 오는 시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새로운 가치관을 새로운 부대에 담고 싶어 하지만 세대가 다른 늙은 진보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반대로 늙은 진보진영에서는 합리적 사고에 의한 통합의 진보이고 싶으나 늙음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씁쓸함도 없지 않다.
현재의 정치지도자들도 과거 젊은 시절엔 대부분이 진보이었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까지 진보였던 분들이 보수로 바뀌면서 처음부터 진보였던 사람보다 더 맹렬하게 진보를 공격하는 상황도 가끔 보게 된다. 왜 그럴까? 일부에서는 이를 소외감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젊었을 때와 같은 영향력은 아니라 하더라도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새로운 진보세력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서 라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 세운 성을 부수고 모두에게 다가가야 한다. 사회 또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소속감을 갖도록 서로가 배려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일본 자위대 사관학교에서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미시마 유키오 (三島由紀夫, Mishima Yukio)의 소설 금각사(일본 교토 소재 절)를 보면 말더듬이에 추남이라는 콤플렉스를 안은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미조구치가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던 것으로부터 소외당했을 때의 감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결국 주인공은 소외감에 대한 분풀이로 질투를 하고 애지중지하던 금각사를 불태운다. 이러한 감정이 통상의 감정 변화보다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감정이란 것이 소외됨과 외로움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회 쇠약 증후군(Social Breakdown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다.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노인들을 자기 스스로 더 무능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노인이 더 이상 무능하고 비능률적인 대상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사회관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화와 나이 듦에 대하여 스스로 비참해하거나 과거의 영광만을 내세우고 이웃과 단절하며 사는 것은 대부분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 못한다. 노인들 스스로 나이 듦에 대하여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이웃과 잘 어울리고 지역공동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젊은 시절부터의 연습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이웃 등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관계 형성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불행의 씨앗을 잉태시키지 않는 지름길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최고는 자기를 넘어서려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과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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