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들어서는 길목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그저 황량하다. 가난에 찌든 집은 가을걷이가 끝나도 먹거리가 부족했다. 남정네들은 더 이상 수확이 끝난 들판에서 일감을 찾기 어려웠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야 되는 사람들은 가장이 아니었다. 삭풍이 매섭던 겨울.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길을 나설 수밖에 없는 이들 그들은 아이들의 어머니였다. 이들은 시장 중도매인에게 동태를 몇 궤짝씩 떼어다 이 동네 저 동네를 찾아 풀어냈다. 당시 농한기에 접어든 시골은 볏짚으로 가마니를 짜느라 정신없을 때였다. 시골 투성이었기도 하고 읍내 장에 한번 나가지 못했던 까막눈의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쌀이나 보리 등을 받고 세면용품이나 속옷을 팔기도 했다.
그래서였는지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겨울철에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동탯국 같다.
얼마 전 인공 양식으로 탄생시킨 명태 치어 30만 마리가 동해에 방류됐단다. 이처럼 많은 치어의 방류에도 불구하고 방류된 치어가 어부들의 손에 잡혀 식탁에 오르는 일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방류된 명태 치어와 일치되는 유전자를 가진 명태가 지금껏 3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니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2015년 1만 5000마리, 2016년 1000마리의 인공 명태 치어를 방류했다.
명태는 ‘가곡’으로 불렸을 정도로 값도 저렴하고 겨울철 단백질의 공급원으로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생선이었다. 특히 나의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겨울철이면 명태를 냉동시킨 동태에 두부와 김장김치를 넣고 끓인 뜨끈한 동탯국을 자주 먹었다.
명태라는 이름은 조선 초기에는 거의 보이지 않다가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 문서에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즈음에 본격적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명태는 추운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함경도 인근에서 많이 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에는 어획량의 감소를 보이다가 북태평양에 명태어장이 개척되면서 1970년대 들어 점차 증가하면서 1976년도에는 44만 톤 이상의 어획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흔하게 접했던 때가 이때인 듯싶다.
당시엔 냉동된 상태로 궤짝 안 담겨 시중에 나돌았는데 내가 살던 시골에까지 아주머니들이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팔았다. 동네에는 행상하시던 분이 한분이었다가 나중에는 두세 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가끔은 타지에서 오신 분들도 가세해 생선과 새우젓 등을 팔았다. 지금도 그 집이 기억난다. 갯벌 인근의 오두막집이었는데 동네 중심에서는 대략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그 집엔 방 두 칸과 부엌이 일자 형태로 되어 있었고 마당엔 화단이 있었던 기억이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금파리 등으로 땅따먹기 게임도 하고 시간이 되면 갯벌에 나가 조개도 줍고 민챙이라는 집 없는 전복류 같은 것을 잡기도 했다.
행상을 하셨던 그 집 아주머니도 겨울에는 동태를 가을이면 사과 등을 내다 파셨다. 꽁꽁 얼어붙은 동태는 나무 손잡이에 쇠꼬챙이 둥그렇게 달린 갈고리로 분해한다. 동태와 동태가 사각으로 바짝 붙어 냉동되어 있었으므로 보통의 힘으로는 분리가 어려웠던 듯싶다. 장터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칼로 나무둥치로 만든 칼판에서 ‘툭툭’ 쳐 토막을 냈다. 지금도 가끔 수산물 가게를 지나다 보면 주인아저씨들이 동태 궤짝을 아니 요즘은 골판지 박스 안에 담긴 동태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분리하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토막 내 담아 준다.
간혹 알이 꽉 들어찬 부위를 만나기도 하지만 당시엔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약간은 곳한 눈을 많이 찾은 듯하다.
다 큰 어른이 돼서야 잠실 인근 올림픽공원 동쪽 경기도 하남 방향으로 동태 매운탕집이 있어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서야 맛을 조금 알게 됐다. 요즘은 명태가 잡히지 않기에 원양에서 잡은 명태를 혹은 러시아산을 가져다 요리를 하는데 비린 맛을 잡아주고 개운한 맛을 내는 게 맛집의 특징이다.
명태! 우리는 식당에서는 생태라고 하는데 살이 부드럽고 살이 얼었다 녹았을 때의 섬유질 같은 거칠한 느낌과 맛을 보여주는 기포 같은 것이 없어 좋다.
용산 삼각지 원효로에서 넘어오는 마지막 지점에 ‘한강 집 생태’의 생태전골도 생태의 달착지근하고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명태 치어 #한강 집 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