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것을 좋아한다. 습관이나 반복적인 것에서 벗어나면 “그럴 리 없다”하고 절대 불신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 집 아이 엄마는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한다. 아이 엄마의 생일날이다. 서로 바빠 선물 준비를 못하고 현금을 준 적이 있는데 해가 바뀌어 다음 해 생일날에 가서 보면 선물을 주지 않았었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도 허다하다.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온통 잘못한 사람이 된다. 정말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함 데도 어느 정도의 단계에 다다르기까지는 증명하는 것도 어렵고 말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어느 날은 본인이 바빠서 외식을 안 했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선물 대신 현금을 지출했을 것 같은데 어느 날 어느 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뇌에 관해 재미있는 연구들을 찾아보았다. 그중 하나가 연관통인데, 뇌란 놈이 얼마나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느냐 하면 심장이나 폐, 간 등 내장기관의 통증 신호를 교감신경에 의해 전달받고도 통증의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 신호를 내보내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고 한다. 이를 연관통이라고 하는데 나름 중요한 것 같아 몇 가지 사례를 더 찾아보았다. 대략 살펴보면 폐가 아플 때에는 어깨와 앞 목에 통증이 오고 간이나 담낭이 아프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면 뇌는 오른쪽 어깨 위라든가 갈비뼈에 통증 신호를 내보낸다. 그리고 위장이 아프면 명치끝, 췌장이 아플 때에도 명치끝과 등에 통증을 느끼게 한다. 맹장이 아플 때에는 전혀 엉뚱한 곳인 오른쪽 골반에 통증 신호를 내보낸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뇌가 이러하니 오히려 어깨나 목이 아플 경우 다른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이밖에 소장과 대장이 안 좋을 경우에도 배꼽 주면에 통증 신호를 내보낸단다.
김대식의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란 책을 보면 뇌는 자기가 알고 있는 믿음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책에 실린 사례를 보면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2,000원짜리 커피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커피는 종전의 4,000원짜리와 같은 커피 즉 화학적 성분도 동일하고 맛도 당연히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2,000원보다 4,000원 커피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4,000원 커피는 설탕이 없어도 단맛이 난다거나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다는 구체적인 평까지 내놓았다. 같은 커피인데도 왜 사람들은 4,000원 커피가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그동안의 반복 활동에 의한 관성적 힘이 작용해서 일지 모르겠다.
뇌는 직접 세상과 마주할 수 없다. 오직 오감을 통해서 전해오는 신호만을 바탕으로 답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아무도 정답을 제시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뇌는 예전부터 알고 믿고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답을 내보낸다. 이 때문에 편견이 혹은 뇌의 착각이 생길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데자뷔 역시 뇌가 착각하는 현상이다. “있었다”는 것을 “있었다”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있지도 않았는데 불구하고 무엇을 보면 언젠가 겪었었던 것이라고 전달을 한단다. 그러면서 언젠가 있었던 것을 지금 다시 겪는다고 라고 신호를 보내준다.
벤자민 리벳의 "자유의지에 관한 실험"에서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몇 백 밀리 초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 전에 뇌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나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뇌에서 이미 선택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오른팔을 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내 의지에 의해 내가 오른팔을 들었다고 하자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인지하기 전에 뇌가 먼저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선택이 내려진 후에 뇌는 그 선택을 나의 자유의지로 했다는 착각을 만들어 내서 이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도 사실대로 보지 않고 왜곡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도 우리의 뇌가 계산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뇌는 지레짐작을 만들어내고 한 번 착각을 하면 그에 대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야 되는 이유만을 뇌는 만들어 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