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밤에 너와 걸을 때 맞잡은 두 손만으로 쌀쌀히 부는 바람은 그리 춥지 않았다. 시야가 어지럽지 않았고, 들리는 건 바람소리와 네 목소리뿐이었다. 왜일까 싶어 두 세 걸음을 물러나자 너는 밝은 눈빛으로 나를 대하며 내 걸음을 맞춰주곤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우리는 말없이 대화를 했고, 눈빛 없이도 시야를 나눴다.
머리에 스치듯 이게 사랑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물음이 들어섰다. 항상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묻거늘, 늘 나는 내가 느끼는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사랑에 대한 알맞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마음 어딘가에 뒹굴며 달랑거리는 대답은 입 안에 정처 없이 떠돌 뿐. 그 많았던 사랑의 정의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랑을 할수록 사랑의 형체는 사라져 갔다. 그저 지금 잡고 있는 두 손이 주는 우리의 교감은 오늘 밤도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고, 너의 눈빛은 늘 나로 하여금 사랑받는 사람이란 걸 상기시켜줬으며, 대화 없이 함께하는 이 시간이 나에겐 사랑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