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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아래서도 자라는 마음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마음은 자라고 있었어요

by 하나의 오후


햇살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모든 꽃이 볕을 받아 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식물은 그늘 속에서 더 단단하게 자라고 빛보다 습도와 공기의 결을 따라 천천히 피어납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환한 시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두운 날들 속에서 자라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을 성장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진짜 자람은 그늘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어느 시절엔 자주 무너졌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글을 써야 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글은 대체적으로 망설임과 머뭇거림이 묻어났으며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남겨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미완의 문장들 속에서 제 마음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감정들도 이해할 수 없는 슬픔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눈부신 순간을 동경합니다.

그러나 그늘 아래서 보내는 시간 또한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 시간은 단지 속도가 느릴 뿐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니니까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자라나던 시간은 빛이 아닌 그늘이었다고.

그리고 그 그늘 속에서 나는 조용히 무성해지고 있었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빛나지 않는 순간도 괜찮습니다.

그늘 아래에서 자라는 당신의 마음 또한 충분히 단단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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