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계절에 피어나는 용기
봄이 와도 모든 꽃이 동시에 피지는 않습니다.
어떤 꽃은 찬바람이 채 가시기 전인 3월에 피기도 하고 또 어떤 꽃은 따스한 바람이 깊어지는 5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봉오리를 틔우기도 합니다.
피는 시기가 모두 다르지만 그 누구도 늦게 핀 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꽃은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어 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장 좋은 순간에 가장 자연스러운 속도로 피어납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는 종종 제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지곤 합니다.
누군가는 벌써 원하는 일을 이뤘고 누군가는 멋진 무대에 섰고 누군가는 부러울 만큼 단단한 확신 속에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저는 너무 늦은 것 같고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쉽게 흔들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면 저 역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매일 아주 작은 걸음을 내디뎠고 그 걸음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목표들도 어느 순간에는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적도 있었습니다.
느리다는 건 결코 뒤처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제 리듬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리듬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가 제게도 햇살이 내려앉는 계절이 오겠지요.
그 계절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저를 기다려온 시간 끝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느려도 괜찮습니다.
조급해져도 괜찮습니다.
어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단단해지고 어떤 꽃은 비를 견디며 더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제각기 다른 시간과 계절 속에서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성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 속도를 억지로 앞당기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의 일부이며 천천히 무르익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고 있으니까요.
늦게 피어도 피는 순간은 분명히 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오직 저만의 아름다움으로 빛날 테니까요.
천천히 걸어도 괜찮습니다.
멈춰 선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어쩌면 깊은 땅속 어딘가에서 무언가 조용히 자라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피어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조용히 성실하게 저의 계절을 기다려보려 합니다.
느리지만 단단한 속도로, 저는 결국 저답게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