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마음이 나를 지켜주는 방식
어떤 감정은 설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아야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선명하고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스며들어 어느 순간에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감정으로 남게 되니까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설렘으로 시작되지만 곧 익숙함에 덮이고 때로는 무관심처럼 가장되어 마음 한켠에 조용히 놓여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잊힌 듯 보일 때조차 그 감정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 그저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 속을 탐험하며 낯선 인물들과 시간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장 하나에 문득 눈물이 고였습니다.
왜 그런지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문장은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조용히 건드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책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제 감정과 마주하게 해주는 하나의 창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요.
이제는 책이 있어야 제가 제 자신다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제 마음을 다시 정돈하게 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조용히 가라앉히며 혼란스러운 내면 속에서도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감정은 뜨거움보다는 잔잔함에 가까웠고 무언가를 오래 좋아한다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저는 책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의 흔들림에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방이 있으니까요.
그 방 안에는 스스로를 붙잡아주는 문장들이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조용한 위로가 있으며 무너져도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놓여 있습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감정마저 쉽게 소모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언가에 열광했다가 금세 식어버리고 그 좋아함조차도 진심이었는지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저는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좋아하고 싶습니다.
지루하더라도, 반복되더라도 그 안에 제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감정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한다는 건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 중심이 있었기에 저는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조금씩 저를 붙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좋아함은 결국 삶을 지탱하는 조용한 힘입니다.
그 힘은 겉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묵묵히 제가 좋아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익숙해진 그 무언가를 다시 꺼내어 읽고 오래전 남겨져 있던 감정을 조심스레 다시 만져봅니다.
그 시간 속에서 저는 또 한 번, 저를 알아가고 지켜가고 조용히 무성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