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마음에도 온기가 남는다는 걸 배워가는 중입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와의 인연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어떤 이는 짧게 머물다 떠나고 어떤 이는 오래 곁에 있었던 것 같지만 되돌아보면 조용히 사라져 있곤 하지요.
이별은 늘 바람처럼 다가옵니다.
예고 없이 시작되거나 너무 천천히 멀어져서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며들듯 사라지기도 합니다.
연인은 선택한 관계이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기에 때로는 가족의 이별이 더 아프게 마음을 파고듭니다.
예전의 저는 그런 이별이 참 아팠습니다.
관계는 끝나지 않아야만 좋은 것이라 믿었고 불편한 감정까지도 억지로 삼키며 감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도 온기가 남듯,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도 마음 어딘가에 분명히 흔적이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말 없이 바라보던 눈빛, 함께 웃었던 순간 심지어 사소한 말투 하나까지도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떠났기에 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관계는 머무름보다 잘 떠남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남기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억지로 손을 붙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쳐 가야 할 사람은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고 제 안에 남은 온기로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려 합니다.
때로는 이별이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임을 이제는 믿고 있습니다.
바람은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남는 여운은 결국 내 것이 됩니다.
그 따뜻한 여운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온기 어린 사람으로 만들어주지요.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