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은 뒤처짐이 아니라 다시 피어날 힘을 모으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흔히 넘어졌을 때만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멈춰 서 있을 때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멈춘 나를 바라보다 보면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죠.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 쉬어도 되는 걸까?
세상은 늘 속도를 요구합니다.
더 빠르게, 더 열심히, 더 멀리 가야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오늘도 휴대폰 속 다른 사람들의 성취를 보며 내 발걸음이 너무 느린 건 아닌지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모든 생장이 그렇듯, 멈춤에도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저 역시 죽을 만큼 앞만 보고 달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속도가 느려질까 봐 두려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기여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시절이 제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놓쳐버린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주변 풍경을 보지 못했고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도, 제 마음의 상태도 살피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주저 없이 멈춰 서서 주변부터 돌아볼 것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다 해놓고 나중에 하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은 미룰 수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감각은 미룰 수 없습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마음이 원할 때 마음껏 하세요.
울창한 나무도 겨울이 되면 잎을 모두 떨굽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무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립니다.
땅속에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생명력이 조용히 흐릅니다.
우리의 멈춤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내면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리와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이 잠시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준비일지도 모릅니다.
꽃이 피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겨울처럼, 당신에게도 그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예전에는 멈추면 뒤처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멈춤은 뒤처짐이 아니라 잠시 숨 고르기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요.
숨 고르기가 있어야 달릴 수 있고 뿌리가 있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넘어지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걸음을 멈춰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자기만의 속도로 무성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 잠깐 멈추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이 멈춤이, 당신을 더 멀리 데려다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