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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파운더가 영업에서 해매는 2가지 이유.

아이큐 높은 파운더일수록 영업에서 더 고생한다

by Peter Shin

1️⃣ 아이큐 높은 파운더일수록 영업에서 더 고생한다

똑똑한 파운더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은, 우리의 프로덕트가 온전한 B2B SaaS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아주 불편한 현상이다. B2C에서 최근 B2B로 피벗한 우리 스타트업은 또는 우리의 일부 기능들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처음엔 온전한 B2B SaaS가 될수 없다. 처음엔 거의 예외 없이 컨설팅, SI 성격의 극한 커스터마이징으로 출발하며 Services 컴퍼니가 되는데, 여기서 완벽한 프로덕트를 런칭하고 영업에 허슬링하는 파운더일수록, 즉 한국의 전형적인 노력형+준비형 파운더 일수록 간과하는 함정이 몇가지 있다.


첫째, 고객마다 가격을 달리 불러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한 장짜리 가격표는 환상이다. 가격이 고객마다 달라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자본주의스러운 전략이고 현상이다. 우리는 아직 가격정책이 Fix된 SaaS회사도 아닐뿐더러, 어떤 분야의 어떤 날카로운 문제를 어떤 소수의 기능으로 풀어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왜 이게 가격과 연관되어 있는가?


- 고객이 원하는 A라는 기능은 우리의 프로덕트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조금더 가격을 저렴하게 제공해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수도 있기 때문이고, B라는 기능은 우리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고, 후에도 반복해서 발생할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중요도가 다르다. 하지만 여기에도 파운더의 편향이 존재한다. 너무나 필요하지 않을것 같은 그 기능, 유독 그 고객만 찾을것 같은 기능을, 다음에도 여러번 고객이 찾을수도 있는데(많은 경우 그렇다), 이때는 또 이 기능에 대한 파운더의 평가가 달라져 가격이 변동될수도 있어야 한다. 이 현상을 편하게 받아드리고 일찌감치, 일원화된 가격표에 대한 환상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Services 컴퍼니가 되어 건강한 매출을 발생시킬수 있다.


둘째, 어떤 고객 페르소나가 우리의 메인 고객 ICP여야 하는지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일정 부분 맞고, 일정 부분 틀리다.


맞는 이유는, 언젠가 우리가 PMF를 찾는 시점엔 이러한 ICP가 존재할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틀린 이유는 사실 PMF 이후에 찾아지는 고객 ICP는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하게끔 진화되는 고객이지 PMF 이전엔 ICP라는게 가설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로 이들을 지금 우리가 안다고 하는게 불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ICP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며, 진화되는 것이며, 시간에 감에 따라 강화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찍는 그 ICP는 다 틀렸다. 진짜 ICP는 트래픽이, Conversion이 터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표로 확인 되는것이다.

이렇게 생겨먹은 우리의 프로덕트를 필요로 하는 시장을 우리가 만들어, 수요를 창출하며 새롭게 태어난 유저 습성들이 ICP라는 뜻이다.


2️⃣ ICP는 동사다

그렇다. 위에서 얘기한것 처럼, PMF를 통해 만나는 우리의 뜨거운 팬덤, 즉 ICP는 원래 시장에 있던 프로필들이 아니라, 우리가 정의하는 방식에 동요될 준비가 되어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우리가 공명하며 새롭게 탄생되는 과정이며 동사에 더 가깝다. 따라서 우리가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에 잠재 고객들과 진행되는 인터뷰 내용과 방식은 우리가 앞으로 이들을 ICP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어떻게 공명할지를 정의하는 제일 첫 단추이다. 그래서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 고객 인터뷰는, 시장을 대상으로 특정 타겟을 찾아내는 단순한 리서치가 아니다.


3️⃣ 잠재고객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체크리스트

내가 진행하려는 인터뷰가 아래 3가지 질문에 답변할수 있는 인터뷰지인지 확인하자.


첫째. 내가 간과하고 있는 또다른 Motif가 있는가? Ask if there could be different motifs

→ Ebook 유저들은 아마존에서 책을 읽고 싶어서 정말 책을 구매한건가 아니면, 시장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해 책을 구매하는건가. Motif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컨텐츠에 힘을 줄지, 매세징과 철학적 관점에 집중할지 갈리는 대목이다.


둘째. 이 분야에 종사한 CFO가, CMO가, CTO가 우리 프로덕트를 뭐라고 생각할까? Is our product solving hard-core problems?

→ 영업하는 과정에서 실무진들을 설득할수 있는 전문성이, Technical Moat가, 문제에 대한 깊이가 우리에게 있는가? 우리가 제안하려는게 수박겉할기라면, 인터뷰에서 제안하거나 영업하지 않는게 더 안전하다. 거의 대부분 Pre-PMF단계에서 인터뷰는 우리 솔루션을 설명하는게 아니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이 고객을 영업하는데에 우리 팀에 예산이 더 많이 있었다면, 시간이 1년 있었다면 어떻게 영업했겠는가? What steps would you take, if we have twice more budet/timeline?

→ 우리의 현재 영업 방식이 너무 1차원적이진 않은가 생각해보면 좋겠다. 한국 파운더의 경우 거의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의 영업방식은 너무 급하고, 촉박하다. 고객은 조급한 사람이 내 문제를 제대로 풀어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예산이, 시간이 더 많다고 가정했을때, 어떤 단계들을 거쳐 전략적으로 고객을 설득하고 영업할지를 긴 호흡으로 고민해보는건 아주 좋은 Mental Exercis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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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종종 먹는 자칭 Peter’s Pancake - 블루베리, 바나나, 계란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먹는다.


· 실리콘밸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B2B 영업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 - https://lnkd.in/gswvrw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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