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면 보스가 될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창업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일것이다. 구애 받지 않고 발리에서의 자아실현.
이게 왜 현실에서 정반대인지 얘기해보려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남의 수족부림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순간, 당신은 예상한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보스를 얻게 된다.
1️⃣ 첫째, 고객이 당신의 보스다. 아니, 처음이자 끝이다.
엄밀히 말해, 당신에게 돈을 치르는 고객이 없다면, 당신은 사업을 하는게 아니다. 그냥 뭔가를 열심히 하는것 뿐이다. 고객이 없는 사업이란 성립이 불가능하다. 이 말은 곧, 사업에서 고객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뜻이다.
마치 고객이 365일 너무 원해서 줄을 서는 런던베이글, 샤넬, Alo 등의 창업신화는 그리 자주 반복되는게 아니며 심지어 우리가 상상하는 스타트업과는 시장역학이 많이 다르다.
계약을 끊을 권리, 가격을 깎을 권리, 환불을 요구할 권리, 이 모든게 고객 손에 있다.
직장 상사는 바뀔 수 있지만, 고객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모든 영역, 모든 입자 단위, 시도할 사업의 새로운 모든 측면에 반드시 고객이란 보스가 존재한다. 고객은 사업의 시초부터 끝까지, 제 1의 보스이며, 여기엔 예외는 없다.
하나의 팁으로, 미국 진출을 하려는 창업자라면, 내가 만들려는 서비스의 미국 parallel을 찾아 Reddit에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로 어떤 컴플레인들을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는지 들어보면 이쪽 “보스”들의 꼰대(?) 분위기/퀄리티를 알수 있다.
2️⃣ 직원이 당신의 보스다.
팀빌딩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창업가는 처음엔 직원을 “내가” 고용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맞다. 그들은 회사에서의 연봉을 위해, 스톡옵션을 위해, 기회를 보고 지원해서 왔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접근으론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연차수가 높은 대표님들은 아시겠지만, 실제로는 가면 갈수록 직원들의 니즈와 프로세스에 맞춰야 한다. 표면적으론 당신이 대표이겠지만, 직원들이 고용 여부에 대해 최종 발언권을 가지며, 유능한 직원을 유지 못하는 경우, 투자자의 질타를 감당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기준,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이 상위권인 환경에서는 유연한 구조조정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로,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또한 잘 관리 되지 않으면 당신의 사업은 곧 무너진다.
3️⃣ 투자자가 당신의 보스다.
투자를 받는 순간, 그들은 자본의 대가로 당신 회사의 공동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펀드의 mandate와 미래의 LP확보를 위해, 즉 이들 자신의 생존과 사업의 확장/연속성을 위해, 투자한 스타트업의 자금 집행, 성장 속도, 심지어 전략까지 끊임없이 간섭하게 되어있다.
내가 사장이다 라고 생각할수 있는건, 주주명부에 100프로 지분을 갖고 있는, 처음 등기를 치는 시점 뿐이겠다. 당장에 시드라운드만 돌아도, cap table은 냉정하게 아니라고 말하며 당신이 부정하더라도, 투자자의 돈은 눈과 귀가 달려 끊임없이 당신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게 되어 있다.
여기에 첨언하면, 위의 이유로 나는 내 사업을 성장시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입증된 AC를 제외한 모든 이후 단계의 VC들은 내가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될때, 즉 BEP 달성 뿐만 아니라 사업의 성장구도가 수치로 보일때 골라가며, 떵떨거리며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눈치보거나 경직되지 않고 사업을 능동적으로 키워낼수 있다.
4️⃣ 규제기관과 공급자 역시 당신의 보스다.
건물주가 임대료 올리면? 규제기관이 룰을 바꾸면? (특히 한국은 샌드박스/규제에 스타트업이 속절없이 흔들린다). 공급자가 원자재 값을 올리면(OpenAi/Claude가 토큰 값을 올리면? AWS가 클라우드 비용을 올리면?) Ai 스타트업 붐의 가장 큰 수혜자는 Ai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Nvidia, OpenAi, Claude라는 얘기가 괜한 얘기가 아니다. 마치 블록체인 hype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컨퍼런스 주최측이라고 했던 시절처럼.
결론.
글을 풀어내면 풀어낼수록, 한국 스타트업 파운더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말, 지금 보스를 피하기 위해 창업하는 웃픈 일은 없어야겠다.
“창업하면 내가 내 스스로의 보스가 된다”, “내가 먹을 만큼만 먹으면 된다”가 아니라,
“창업하면 내가 원하지도 않던 보스가 수십 명으로 늘어난다”에 가깝다.
창업은 자유의 게임이 아니라, 책임의 게임이다.
구속당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미친 인간들이 만들어낸 극한의 Growth 게임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 관리 빡세게 하며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이제 드디어 내가 보스다”라는 허상에 빠지는 순간, 사업은 흔들린다.
아니 그렇게 부풀린 자아로 덤벼선 제대로된 사업의 삽도 못뜨고 있을 확률이 높다.
진짜 창업가는 보스를 줄이는 게 아니라, 수많은 보스를 받아드리고, 관리하고 균형을 잡는 운영 전문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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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Mid Town, Palo Alto.
·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선배 창업가 조언 없이도 가파르게 성장하는법. – https://lnkd.in/gmTY5EH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