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200일차 회고.
육아 200일차 회고. Series A보다 어려운 Series Dad.
1️⃣ 데일리 번 레이트(Burn Rate) - 수면 시간의 고갈
아이는 투자금보다 빨리 아빠의 체력을 소모시킨다.
정말이다. 자녀의 성공은 엄마의 무한한 관심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고 했던가? 누가? 틀렸다고 본다. 아이가, 그리고 가족이 너무나 귀하고 중요한 시대, 요즘 아빠들에게도 해당되나 싶다.
아이가 100일 정도될때까지는 새벽에 아이를 재우는것 그리고 닦이고 먹이는것, 즉 아이의 생존에만 체력이 필요되었다면, 200일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감정적인, 정신적인 영역이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수면 시간의 고갈되는 이유는, 아이가 의존성, 신뢰, 자율성을 터득하는 시기인 만큼, 즐거움까지 선사하려는 부모(특히 아빠 쪽)의 노력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업무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 피봇(Pivot) - 예측 불가능한 양육 변수
투자자 피드백보다 아이의 한밤중 울음이 더 강력하다.
아이가 언제 울지, 언제 컨디션이 좋을지 예측이 안되는 시점을 지나는 중이다. 아이도 세상을 몸으로 부딫히며 익히고 있고, 이렇게 반응하며 성장하는 아이에 맞춰 우리 부모의 전략도 실시간 변하고 있다.
일례로, 딸이 먹는 분유의 양은 기간이 지나감에 따라 선형적(linear)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구간에는 줄기도 하고 (원더윅스 또는 잠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 환경이 바뀔때), 어느때는 약간 늘며, 어느 때는 빠르게 는다. 이는, 아이를 식사라는 개념과 건강한 관계를 맺게하기 위해, 부모가 신경쓰는 만큼 세밀하게 조정되며, 나아가 밥을 먹이는 부모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여, 자꾸 관찰하게 되고 개선하는데에 집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3️⃣ 코파운더십(Co-Foundership) - 진짜 동업자는 배우자
스타트업 공동창업보다 더 치열한 협업이 부부 양육이다.
나는 결혼한 파운더에게, 그의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코파운더가 아니라 배우자라고 본다. 파운더가 배우자의 컨디션을 살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내 컨디션을 위해서 배우자로부터 매일 매일 정성적, 정략적인 휴식과 위안을 받고 있는데(이게 제일 효율적이고, 가장 효과적이다), 철저히 이기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하더라도, 내게 에너지와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배우자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여진다.
1-2년을 허비했을 만한 사업적, 프로덕트단, 팀빌딩단에서의 선택들을, 내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고, 내가 걸어온 길을 옆에서 지켜본 배우자가 스킵하게 하는데, 오늘 당장 와이프와의 시간을 없애고 스타트업에 2-3시간 쏟을 이유가 적어도 나에겐 없다. 배우자가 내게 이러한 세심한 조언을 해줄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이유는, 그만큼이라도 내가 양육에 같이 참여해서라고 생각한다. 와이프가 양육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는 나와 5-10배 차이난다. 하지만, 몸빵(?)이 필요할때(와이프가 친구 결혼식을 간다던지, 부득이한 야근을 한다던지, 산책 또는 외부 활동을 한다던지 등), 남편의 무조건적이고 적극적인 협조는, 이러한 육아 불평등을 약간 상쇄하기도 한다.
4️⃣ PMF(Product-Market Fit) - Parent-Mind Fit 찾기
좋은 부모라는 정의는 매일 달라지고, 끊임없는 실험이 필요하다.
처음 아이를 키우며, 와이프와 나는 수시로 좌절감에 빠졌다.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생각보다 우리가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없었다는게 뼈저리게 느껴졌다. 코로나 이후 특히나 핵가족 개념이 강화된 요즘, 아마 대부분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사례가 없다보니, 내가 실수할때마다, 아이에게 고스란히 그 부작용이 심겨지는것 같아서 죄책감, 수치심이 들었고, 나를 그리고 배우자를 홀로 궁지에 몰아넣곤 했다. 처음 2-3개월이 유독 그랬다.
어쩔때는 철저하게 가이드에 따라 아이를 길러내는 J 스타일의 부모가 맞는가 싶다가도, 오박사님 프로 같은 걸 보고나면, 제일 먼저 아이의 인성을 기르는게 맞는것 같아 애써 세운 루틴이나 철칙들을 스스로 허물기도 했다. 이럴 때 마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달린다.
요즘에 와선, 좋은 부모란, 자녀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독립된 자아를 물려줄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5️⃣런웨이(Runway) - 제한된 시간과 무한한 책임
투자는 다시 받을 수 있지만, 아이의 첫 1년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실패하면 다시 투자받을 기회가 있다. 시장이 안 맞으면 피봇할 수도 있고, 자금이 바닥나면 또 다른 투자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니까, 아이의 첫 1년은 그렇지 않더라. 울음을 처음 달래던 순간, 뒤집기를 하던 순간, 아빠라고 처음 불러주는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딸이 처음 웃었던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투자는 숫자와 지표의 문제지만, 아이의 첫 1년은 시간과 기억의 문제다. 그 기억은 다시 조달할 수도, 재현할 수도 없다.
결론.
Series A를 준비하는 창업자는 많겠지만, Series Dad를 준비하는 창업자는 없으리라. 투자와 사업은 늘 두 번째 기회가 있지만, 아이의 첫 1년은, 그리고 그 구간을 지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은 단 한 번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스타트업의 성과만큼이나, 파운더로써의 나와 함께 하는 가족이 운영되는 방식과 철학, 이를 같이 만들어가는 배우자와의 관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와 함께 쌓아가는 순간들을 내 가장 중요한 정성적인 운영 지표로 삼고 있다.
아빠로서의 나는 아직 미숙하고,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지만, 이 200일이 내게 가르쳐준 건, 좋은 창업자는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좋은 아버지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한다 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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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이번 주말, 딸과.
·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쯔음, 딸에게 하고 싶은 말. - https://lnkd.in/gQBZZbP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