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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시 조언을 구하면 안 되는 3가지 이유.

· 혼자 고군분투한 사람은 질문의 질부터 다르다.

by Peter Shin

· 혼자 고군분투한 사람은 질문의 질부터 다르다.

· 조언은 성장이 아니라 회피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 혼자 부딪히는 시간은 창업자에게 자격을 만들어준다.


1️⃣ 진짜 질문은 혼자 부딪혀본 사람만 할 수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조언을 빨리 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소스에 대한 조언 하나로 탄생한 이삭토스트, 휴럿패커드에게 보낸 이메일로 시작된 빌게이츠 이야기. 마치 조언 하나에, 사람 한번에 모든게 이뤄진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에 더 가깝다. 이삭토스트의 탄생은 이미 창업자의 수많은 실험과 고뇌에서 시작되었고, 빌게이츠는 이미 자기주도적인 삶과 컴퓨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뒷받침 되었다. 이게 사실이다.


올해만 해도 수백, 수천 명의 창업자를 만나왔고,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며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면,

조언을 빨리 구하는 사람일수록, 실행이 느리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조언을 검증 도구로 쓴다. “이게 맞을까?”, “이게 성공할 확률이 있을까?”

멘토링을 할때, 창업자가 나를 활용해 점치는 느낌이 강하게 들때가 많다.

이런 질문 뒤에는, 질문자 본인도 모르게 책임 회피의 심리가 숨어 있다는것을 이제는 알아채야 겠다.


반대로, 혼자 몇 달이고 고객에게 부딪혀본 사람은 질문부터 다르다.

“3가지 방법을 써봤는데, 고객은 반응하지 않는데. 제가 놓친 게 뭘까요?”

이런 질문은 조언자의 시간을 많이 아끼고, 바로 통찰, Actionable 한 인사이트들로 이어진다.


질문의 질은 창업자의 내공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내공은 혼자 고민하고, 해보고, 틀려보는 시간 없이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2️⃣ 조언은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조언은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준비된 창업자에게만 유효하다.

누군가의 조언이 방향을 알려줘선 안된다. 오히려 방향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이유는 명확한데, 조언은 그 조언자가 겪은 특정 맥락과 시점에서 유효했던 인사이트이기 때문이다.

그 맥락을 다 이해하지 못한 타인이 건낸 조언을 말 그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맥락에서 완전히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다면 이건 운이고 너무나 위험했던 베팅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그 실패를 조언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 VC가 이 방향이 낫다 해서 했는데 망했다.”

무언가 선택을 스스로 내리고, 실행한 뒤에 오는 결과를 책임지는 사이클을 온전히 겪지 못한 파운더의 성공, 실패는 그 어떤 영양가가 없다. 파운더는 외로운 결정들에 대해 적응해야 하며, 이러한 애매함을 견디고 학습하는데에 전문가들이어야한다.


따라서 문제는 조언이 아니다. 아직 자기 컨텍스트도 정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의 답을 복사하려 한 것이 문제다.

이런 류의 창업자는 결국, 남의 플레이북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

그건 창업이 아니다. 그건 관성으로 움직이는 프리랜서에 가깝다.


3️⃣ 고독은 창업자의 자격을 만든다.

혼자 해봤는가? 이 질문 하나로 창업자의 절반 아니, 과반수 넘게 걸러진다.

혼자서 고객 100명에게 인터뷰를 해봤는가?

혼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바꿔봤는가?

혼자서,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밤에, 계속 해야 하나를 고민해봤는가?


이런류의 시간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으면, 그 창업자는 어떤 조언도 자기화 Regurgitate 하지 못한다. 모든 조언은 흘러가고, 맥락 없는 자기주장만 남는다. 이는 뛰어난 인사이트과 판단을 도출하는데에 상응하는 제대로된 고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창업 아이템에 대한 신념은 고통을 통과한 창업자만이 누릴 수 있다.


진짜 창업자는, 조언을 듣고 나서, ‘내가 겪은 그 지점과 정확히 겹치네. 이건 지금 써먹을 수 있어.’

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게 반복적으로 있어야 조언과 인맥의 복리를 누릴수 있다.


나아가 그 사람은 이미 조언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조언은 그에게 있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는 도구이지 미래를 예측하려는 점괘 따위가 아니다.


나는 그래서, Outsome Founder Sprint를 운영하며, 그런 파운더들만 뽑았다.

내가 액셀러레이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본 건 혼자 부딪혀본 시간의 유무였다.


화려한 PPT보다, 투자받은 금액보다, “고객 10명을 만나봤어요. 그 중 7명이 이런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제품을 바꿔봤어요.” 이 한 문장을 더 높이 평가하려 했다. 이런 류의 창업자들은 조언을 받으러 오는 게 아니라,

조언을 쓸 줄 아는 사람에 더 가깝기에 훨씬 더 보람차다.


그런 사람에게는 한 줄의 말이 방향을 바루고,

짧은 대화가 팀의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결론.


조언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조언이 들리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A/ 충분히 혼자 고민했는가?

B/ 이미 실행한 데이터가 있는가?

C/ 질문의 깊이가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없다면, 조언은 아무 쓸모가 없다. 아니, 오히려 독이 된다.

창업자는 결국 스스로의 확신을 만들어야 한다. 조언은 그 확신을 강화하는 도구일 뿐, 그 확신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당신이 진짜로 조언을 필요로 할 때가 오면, 당신은 이미 어떤 조언이 당신에게 유효한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신이 묻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울림을 줄 수 있을 만큼 날카롭고, 맥락 있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니 조언을 구하기 전, 혼자 부딪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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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Pier 39,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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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링은 파운더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시간이 아니다.- https://lnkd.in/gjq3RKG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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