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설계를 떠넘기는 창업자들에게.
고객에게 설계를 떠넘기는 창업자들에게.
“이 기능이 좋을까요? 저 기능이 좋을까요?”
“고객들이 원하는 걸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고객 인터뷰에서 이 기능을 원한다고 했어요!”
이런 말을 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빌딩한 프로덕트는 망한다.
왜인가?
고객은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에만 돈을 쓰기 때문이다. 일례로 내가 필요한 것은 단순히 ‘컴공 출신 대학생 중 창업 경험이 있는 파운더를 찾아주는 검색 툴’이 아니다. 내가 아마 돈을 낼 곳은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우리 투자 기준에 맞고, 실제로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파운더들과의 미팅을 대량으로 조율해 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궁극적으로는 검색이라는 기능 아니라, 투자자로서 내가 100배 리턴을 낼 가능성이 높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업을 찾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이라면, 그것이 어떤 형태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뜻과도 같다.
파운더의 일은 고객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설계하는 것인데, 고객한테 “이 기능이 좋냐, 저 기능이 좋냐”를 물어보는 순간, 우리 제품의 방향성을 잃게 된다. 사실 답이라고 알려주는 고객도 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1️⃣ 고객은 원하는 기능을 모른다.
고객이 직접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믿고 개발하는 순간, 창업자의 기획 악순환이 시작된다.
고객이 말하는 기능이 틀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A/ 고객은 자기 문제를 설명할 수 있지만, 해결책(기능)을 설계할 능력은 없다.
B/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다 넣으면? → 잡탕이 되고 아무도 안 쓴다.
C/ 고객은 문제를 느끼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말이 바뀐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모든 인터뷰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눈치와 체면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초기 스마트폰이 나올 때, 고객들에게 “어떤 기능이 필요하냐”고 물었다면 다들 “배터리 오래 가는 피처폰”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모바일의 혁신은 고객이 상상하지 않았던 ‘터치스크린’ UI에서 나왔다.
따라서, 고객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행동을 분석해야 한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건 기능이 아니라, 근원에 가장 가까운 문제의 해결책이다.
2️⃣ 기능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정의하라.
기능을 결정하는 건 고객이 아니라 창업자다. 시장도 모르는 답이 창업자에게 나와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역할은 기능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실존하는 문제를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 나쁜 질문: “이 기능이 있으면 좋을까요?”
· 좋은 질문: “지금 이 문제 때문에 실제로 어떤 손해(시간/돈/스트레스)를 보고 있나요?”
· 나쁜 질문: “이 버튼을 어디에 배치하는 게 좋을까요?”
· 좋은 질문: “현재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묻지 말고, 고객이 불편해하는 순간을 찾아야 한다. 그걸 해결할 방법을 상상하고 결정하는 건 고객이 아니라 창업자의 역할이다.
3️⃣ MVP는 고객의 말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보고 설계하라.
고객이 말하는 기능을 다 넣다 보면 제품은 금방 무거워지고, 정작 사람들이 쓰지 않는 기능만 가득한 ‘죽은 제품’이 된다.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들도 이렇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삼성의 빅스비, 카카오톡의 펑).
MVP를 만들 때 기록하고 포착해야 하는 것은 고객의 피드백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실제 쓰는 돈, 시간, 하는 행위)이다.
기능 도출을 도와줄 진짜 고객을 검증하는데에 체크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A/ 해당 고객이 직접 돈을 낼 의향이 있는가?
B/ 지금 이미 유료로 쓰는 대체 솔루션에서 어떤 점이 불만인가? (유료로 쓰지 않는다면 인터뷰 자격도 없다)
C/ 현재 해결을 위해 돈/시간을 쓰고 있는가?
D/ 이 기능이 없어도 고객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따라서, 기능을 넣기 전에, 고객이 실제로 행동했었는지, 행동할 것인지 먼저 검증하라.
그렇지 않으면, 6개월 개발하고도 아무도 안 쓰는 ‘죽은 제품’이 될 확률이 높다.
결론.
고객이 원하는 걸 듣고 기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창업자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고객은 그 기능을 원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건,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편한 해결책이다.
그러니 “이 기능이 좋을까요? 저 기능이 좋을까요?” 같은 질문은 하지 말자. 대신 이렇게 물어라.
· “지금 가장 답답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봤나요?”
· “이 문제를 해결해줄테니, 지금 선입금이 가능할까요?”
창업자는 고객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말하지 못하고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고객도 인지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수많은 인터뷰를 하겠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제품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무거운 기능 덩어리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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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South Lake Tahoe.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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