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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자금은 의사결정을 느리게 만든다.

너무 큰 Seed 라운드 펀딩은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에게 독이 될까?

by Peter Shin


결론부터 얘기하면 ‘맞다’. 독이 된다. 생각보다 큰 독이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Seed 단계, 즉 MVP가 겨우 나오거나 나오지 않은 상태, 즉 트랙션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해당된다.


나는 처음 파운더, 그러니까 이전에 CEO를 해본 적이 없다면 큰 투자금을 처음부터 유치하는 것, 목표로 두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1️⃣ 스타트업도, 아니 스타트업이라서 더더욱, 배워야 하는 스킬들의 집합임을 잊어선 안된다.

스타트업의 CEO가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이클"을 만들고, 이런 사이클의 크기와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간다는 뜻이다.

A/ 사업 사이클 - 니시 고객을 찾고, 리드를 만드고, 클로징하고, 업셀/리셀하는 "사이클"의 확장이 매 단계마다(B2C > Team > B2B > Enterprise) 반복되게 요구된다. 그리고 받은 투자금 대비 특정 기간 안에 사이클을 가속시켜야 하는 시장의 기대치가 존재한다. 이는 두 번째 포인트에서 풀겠다.


B/ 자금 및 현금 사이클 - 돈도 많이, 자주 써보고 벌어보고 레이징 해봐야 안다. 이는 꼭 점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소규모로라도 투자유치를 받고, 집행하고, 버는 사이클을 겪어가며 배워야 하는 스킬이다.


C/ 채용 및 HR 사이클 - 채용과 관리, Layering(스카웃)과 해고, 즉 인사에 대한 사이클도 존재한다. 이 역시도 작은 단위로 또는 주니어 직책들로 실패해보면서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큰 투자금을 유치하면, 이 모든 단계를 강압적으로 스킵하여,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기업의 문화를 정착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D/ 기술 사이클 - 비개발자 파운더의 경우 더한데, 얕게라도 기술을 파보며, 기획/설계>개발>테스팅/디버깅>배포>유지보수 등의 개발자 사이클 역시 조금이라도 이해하는게 좋다. 펀드레이징과 세일즈에만 특화된 까막눈(?) CEO로 정착하기 전에, 작은 프로젝트로부터 기술적 실패와 한계들을 경험하고 팀과 함께 개선하는 과정을 겪으며, 부서들의 애환과 도전과제들을 현장에서 함께 이해하고 보완해야 한다. 너무 이른, 큰 투자는 대표가 처음부터 프로덕트의 디테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여 개발조직과 담을 쌓는 문화의 시초가 된다. 작은 팀이었던 개발팀의 업무 사이클을 초기부터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과 개발의 간극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2️⃣ 투자 금액이 크면 클수록, 투자자가 파운더로부터 같은 기간동안 돌려받아야 하는 Return의 절대적인 수치, 그래서 파운더에게 다가오는 부담감은 가파르게 높아진다. 투자 받은 돈을 못써서 느끼는 부담감, 잘 알지 못하는 Initiative에 투자금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막연함은 없을때 느끼는 불안감을 상회하기도 한다. 이는 가장 연약한 초기 파운더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압박이다.


3️⃣ 너무 많은 자금은 의사결정을 느리게 만든다.

Seed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실험과 빠른 실패”인데, 자금이 충분하면, 파운더는 중요한 결정이나 제품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 긴장감과 절박함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빠른 피드백과 빠른 학습을 지연시키고, 결정적인 타이밍들을 놓치게 만든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있어 성공은 자금의 크기가 아니라 빠른 학습과 적응, 그리고 명확한 문제 해결에 있다.


대안.

1/ 펀딩 없이 트랙션을 올린다.

작게 시작하고, 니시 시장에서 핵심 고객들을 확보해 가면서, 조금씩 성장의 감각을 익혀나간다.


2/ 홀로 크게 성공시켜 시드 투자를 크게 받고, 투자자를 골라서 받는다. 파운더에게 좋은 조건으로.

오히려 파운더가 투자자를 인터뷰하고, 서로의 비전과 성장 방향이 같은지를 철저히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서 펀딩을 도는게 좋다.


3/ 빠르게 닫는다. 시간이 아깝다.

Seed 펀딩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마무리짓고 본업으로 돌아가자. 소키우러 가자. 고객의 문제를 풀고 제품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하자. 파운더의 다음 라운드 투자금 역시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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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Dogpatch,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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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ries A 투자유치가 유독 빡센(?) 이유. - https://lnkd.in/gXAbq7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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