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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Jul 05. 2017

무리하지 말아요

감성작가 이힘찬

한 소녀가 나를 보겠다고,
서울에서 제주로 찾아와주었다.
아침 비행기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 비행기로, 그렇게 돌아갔다.

익숙한 만남이 아니라서,
대화를 나누는 대신 바다로 갔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에
한동안 푹 젖어 있었다.

-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여기가 괜찮겠다, 싶을 때 내려서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쉬멍-이라는 카페에 마주 앉아
길고 긴 대화를 나누며,
이름 그대로 쉼을 취했다.

나의 이야기, 소녀의 이야기.
소녀의 아픔, 나의 아픔.
시간을 등지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비행기 시간.

급히 공항으로 향하다가,
서로의 시선이 멈춘 곳에
잠시, 또, 내리고야 말았다.

놀랍도록 푸른 하늘과,
놀랍도록 푸른 바다가,
하나로 물들어버린 풍경에.

나의 이야기와,
소녀의 이야기가,
하나로 물들어버린 모습에.

넋을 잃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불어오는 바람에 힘 입어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애쓰지 말라고.

너는,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라고.

2017.06.23 - 에세이 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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