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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Nov 23. 2017

전기차로 제주여행 (0)

감성 제주살이 #준비

올해 6월에 제주 한 달 살이로 넘어왔다가, 제주에 매력에 푹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어느새 11월 말이 되었다. 이전에도 제주에는 여행으로 쉼으로 자주 찾아왔었지만, 이렇게 길게 머문 적은 없었다.

제주에 오래 머물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아직 새파랗(?)지만, 여행도 아니고 이주민도 아니고 그렇게 머물고 있는 5개월 이상의 시간은 제법 독특했던 것 같다. 사실 아직도 언제 돌아갈지는 잘 모르지만, 생활과 여행의 경계에서 그렇게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을 타고 제주도 '1100고지'를 지나며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


"제주에서는 렌트카가 필수?"

제주에 여행을 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제주에서는 차(렌트카)가 필수다. 물론 뚜벅이 여행과 버스 여행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나 역시도 예전 여행 때는 항상 뚜벅이 여행자였다. 감성적인 이유로는, 길 사이사이로 걷다가 만나는 우연한 풍경들의 매력에 젖어서였고. 이성적인 이유로는 렌트비나 기름값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씩, 뚜벅이 여행과 버스 여행을 한다.

그런데 제주에 조금 익숙해지고, 차(렌트카)를 빌리기 시작한 후로는 새로운 매력에 빠졌다. 저 멀리 풍경을 바라보며, 저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쪽으로 가보자, 저쪽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 저 위에서 하늘을 보고 싶다, 저 꼭대기에서 제주도를 둘러보고 싶다-와 같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매력이었다.


전기차 '아이오닉'을 타고 올라간 '쌀오름'에서 '한라산'을 촬영하며

나는 육지(서울)에서는 운전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앞뒤 양옆에 가득한 차들 사이에 갇혀 있는 것도, 잠깐 머뭇거린다고 뒤에서 빵!!!하고 경적을 울리는 것도, 답답한 도시 아래를 달리는 것도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운전은 제법 자유로웠다. 시야는 넓었고, 내 앞뒤 양옆을 가로막는 차는 별로 없었다. 물론 제주 시내에서는, 서울과 비슷한 풍경이 간혹 있었지만, 10분 20분만 벗어나도, 도로 위는 평화로웠다. 내 페이스대로, 편하게 운전하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제주는 지금 청정제주!
청정제주에는 전기차라던데..


이번에 제주에 머물면서도 틈틈이 렌트를 했다. 하이전과 크게 달랐던 점은, 기름값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전기차를 이용하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호기심과 불안감으로 첫 전기차를 예약하고, 타기 직전까지도 안절부절못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낯선 방식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전기차도 어차피 똑같은 차겠지..?
주행거리가 짧다던데...
도로 위에서 멈추면 어쩌지?
충전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전기로 언덕을 잘 올라갈 수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라, 전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에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첫 전기차를 타고 나서... 내 생각은 180도 뒤집혔다. 아니, 전기차의 매력에 푹 젖었다. 내 고민거리 중 실제로 고민이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에 타던 차와 다를 게 전혀 없었고, 주행 거리는 충분했고, 충전소는 많았고 충전 방법은 지나치게 쉬웠고, 덜컹거리는 경사 높은 오름으로도 차는 잘 올라갔다. 여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편하기까지 했고, 기름값이 들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렌트카 업체에서 전기차 '아이오닉'을 받자마자 달려서 넘어간, 제주 서귀포 공천포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의 '전기차'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았다. 여행을 오는 지인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며 전기차를 권해도 "에이, 그래도 그냥 일반 차로 탈래. 불안해"라며 사양했다. 여러 반응들을 보며 전기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에 나처럼,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길게 전기차로 여행을 하며, 짧게나마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자란 생각을 했고, 그림작가 너굴양(정희정 작가)과 함께 격주로 4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했다.


전기차 아이오닉을 타고, 나의 제주도 단골 카페인 금악리 '카페 오드리'로

에세이 작가 이힘찬 = '글+사진+약간의 그림' 으로
그림 작가 너굴양 = '그림+글+약간의 사진' 으로

그렇게 너굴양과 함께 한 달간의 전기차 여행을 시작했다. 전기차는 그동안 이용해본 많은 렌트카 업체 중에서 위치나 자동차 상태, 서비스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블루렌트카' 선정, 매주 다른 차종(렌트는 대부분 최대 7일)의 전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제주에 오기 전까지도 차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이기 때문에, 차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아닌, 제주에서 전기차를 타는 것에 대한 조금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다음 첫 글은, 제주에서 전기차를 타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떠한지, 그리고 렌트카가 필수인 제주에서 효율적으로 렌트하는 방법에 대해서 쓸 예정이다.




전기차로 제주여행, 감성 제주살이
#0. 준비 by 에세이 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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