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작가 이힘찬
우리에게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네비게이션 같은 특별한 존재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
누군가에게는 어머니.
누군가에게는 친구,
누군가에게는 스승.
누군가에게는 작품,
누군가에게는 위인.
누군가에게는 연인이
때로는 떨리는 두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희미해지는 희망을 잡아주고,
때로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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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여행할 때가 아니면
특별히 따로 운전을 하지 않는 내게,
네비게이션 없이 차를 운전하는 것은
지금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곳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지금 내가 옆길로 빠져야 하는지,
속도를 더 높여도 될지,
서서히 멈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 없이는
사실, 도로 위가 무섭다.
그런데 삶이라는 길 위에서는 다르다.
지도 없이도, 명확한 방향 없이도,
나는 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웃으며 나아갈 자신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일 때도,
마치 도로 위의 네비게이션처럼,
당당하게 앞장서서 뒤를 돌아보며
이끌고 갈 자신이 있다.
이끌고 갈 자신이, 있었다.
나에게는 분명 사랑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네비게이션이 있었고,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특별한 네비게이션이 되고 싶었다.
나는, 당신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었다.
나는, 길 위를 걸어가는 것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고 멋진 사람으로,
당신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더라도
당신 앞에서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멋진 사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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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나는 네비게이션이 없어서,
도로 한구석에 차를 세워둔 채로
바보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