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다섯, 신입 햇병아리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정말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는데. 퇴근을 조금 앞두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입사 며칠 만에 일이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비가 조금이라도 올 것 같다~싶으면 우산 정도는 가볍게 들고 다녔을 텐데, 지금의 나는 대중교통으로 4시간을 왕복하다 보니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우산을 챙길 만큼 몸과 마음도 여유롭지 못했다. 대중교통 자체도 오랜만이라 낯선 상황에, 회사 생활도 적응하지 못해 더 낯선 요즘인데.. 기어코 비가 내렸다. 기어코 내려야만 했니 너는 정말.
와~ 비 엄청 쏟아지던데?
내 자리에서는 창문이 보이지 않아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종일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건너편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아, 오랜만에 또 우산을 사야겠구나. 아아, 회사 생활은 이제 시작했는데 자꾸 돈 쓸 일이 생기는구나. 그렇게 작은 좌절을 하고 있었는데..
1층 카운터에 가면 우산 빌려줘요.
한줄기 희망이 되어준 우리 팀 대리님의 한 마디. 내가 한 숨 쉰 것을 보았나..? 아무튼 우산을 사지 않아도 된다니, 고작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근데 개수가 많지 않아요. 빨리 안 가면 아마 없을걸요?
이미 퇴근 시간이었고, 나는 후다닥 가방을 챙겨 들고 팀원들과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냅다 뛰었다. 감사하게도, 우산은 남아 있었다. 내 등치에 작은 우산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내 몸을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초대형 사이즈의 우산이었다. 빌리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이러저러한 장부를 쫙 쓰고 이제 넘기려는데
회사 명함 맡겨주시면 됩니다.
네..? 저 이제 입사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무슨 명ㅎ..?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방법을 여쭈었다. 결국, 아직도 18년 전 사진이 박혀있는 나의 민증을 맡기고는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다. 참, 복잡한 퇴근이었다. 비는 정말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고, 정말 커다란 우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빗방울들이 내 몸을 더 무겁게 적셨다. 정말, 묵직한 퇴근길이었다.
오늘도.. 많이 오네..
다음 날 출근길에도 비가 내렸다. 다행이었다. 어차피 우산은 반납해야 하니까. 그런데 결코 다행히 아니었다. 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의 대중교통이란, 나에게 '지옥철'이라는 단어를 더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안 그래도 비좁은 공간에 우산까지 자리를 차지했고, 제대로 털지도 않은 우산들과 접지도 않은 우산들 덕분에 내 베이지색 바지는 점점 짙어져만 갔다. 무기처럼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그렇게 험난한 출근길을 겪으며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내 옷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분명 실내로 다녔고, 우산도 잘 썼는데 왜 다 젖은..? 그날은 정말, 온종일 온몸이 찝찝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다음 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을장마 래나 뭐래나.. 그런 게 있었나? 일주일 또 열심히 버티고 내일부터 주말인데, 다음 주 비 오는 날의 출퇴근을 벌써 걱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란 참..ㅎ
이미 다들 겪어봤던 것인데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동안 나만 몰랐었던..
비 오는 날의
대중교통 출퇴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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