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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Aug 20. 2021

비 오는 날의 대중교통 출퇴근

안녕하세요. 서른다섯, 신입 햇병아리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정말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는데. 퇴근을 조금 앞두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입사 며칠 만에 일이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비가 조금이라도 올 것 같다~싶으면 우산 정도는 가볍게 들고 다녔을 텐데, 지금의 나는 대중교통으로 4시간을 왕복하다 보니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우산을 챙길 만큼 몸과 마음도 여유롭지 못했다. 대중교통 자체도 오랜만이라 낯선 상황에, 회사 생활도 적응하지 못해 더 낯선 요즘인데.. 기어코 비가 내렸다. 기어코 내려야만 했니 너는 정말.


잠시라도 감성적이고 싶었던, 버스 안 창가에서


와~ 비 엄청 쏟아지던데?


내 자리에서는 창문이 보이지 않아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종일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건너편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아, 오랜만에 또 우산을 사야겠구나. 아아, 회사 생활은 이제 시작했는데 자꾸 돈 쓸 일이 생기는구나. 그렇게 작은 좌절을 하고 있었는데..


1층 카운터에 가면 우산 빌려줘요.


한줄기 희망이 되어준 우리 팀 대리님의 한 마디. 내가 한 숨 쉰 것을 보았나..? 아무튼 우산을 사지 않아도 된다니, 고작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근데 개수가 많지 않아요. 빨리 안 가면 아마 없을걸요?


이미 퇴근 시간이었고, 나는 후다닥 가방을 챙겨 들고 팀원들과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냅다 뛰었다. 감사하게도, 우산은 남아 있었다. 내 등치에 작은 우산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내 몸을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초대형 사이즈의 우산이었다. 빌리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이러저러한 장부를 쫙 쓰고 이제 넘기려는데


회사 명함 맡겨주시면 됩니다.


네..? 저 이제 입사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무슨 명ㅎ..?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방법을 여쭈었다. 결국, 아직도 18년 전 사진이 박혀있는 나의 민증을 맡기고는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다. 참, 복잡한 퇴근이었다. 비는 정말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고, 정말 커다란 우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빗방울들이 내 몸을 더 무겁게 적셨다. 정말, 묵직한 퇴근길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무섭게 쏟아지던 빗줄기


오늘도.. 많이 오네..


다음 날 출근길에도 비가 내렸다. 다행이었다. 어차피 우산은 반납해야 하니까. 그런데 결코 다행히 아니었다. 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의 대중교통이란, 나에게 '지옥철'이라는 단어를 더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안 그래도 비좁은 공간에 우산까지 자리를 차지했고, 제대로 털지도 않은 우산들과 접지도 않은 우산들 덕분에 내 베이지색 바지는 점점 짙어져만 갔다. 무기처럼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그렇게 험난한 출근길을 겪으며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옷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분명 실내로 다녔고, 우산도  썼는데   젖은..? 그날은 정말, 온종일 온몸이 찝찝했다.


 글을 쓰고 있는데, 다음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을장마 래나 뭐래나.. 그런  있었나? 일주일  열심히 버티고 내일부터 주말인데, 다음   오는 날의 출퇴근을 벌써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란 ..


출근 길, 마지막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이미 다들 겪어봤던 것인데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동안 나만 몰랐었던..


 오는 날의

대중교통 출퇴근 이야기






#직장인 #비오는날 #출퇴근

#신입 #햇병아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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