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다섯, 신입 햇병아리입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속이 안 좋았다. 뭘 먹어도, 안 먹어도 상관없이 속이 불편했다. 출근 직전이나 출근한 후에 화장실을 몇 번씩 다녀와야 했다. 특별히 평소와 식사가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리고 엄청 급한 일처리를 해야 했던 날,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원래 예전에도 두통을 달고 살긴 했지만, 한동안은 잠잠했었다.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른 척 참아낼 수 없을 만큼, 밖으로 티가 날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리고 동시에 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정신을 놓으면 바로 픽 하고 쓰러질 것처럼, 피로가 몰려왔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커피도 계속 마셨지만 두통과 피로는 점점 심해졌다. 3시에 받자마자 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 상태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일이 들어오기 전에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1시 50분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계속 어질어질, 불안했다. 최근에 이렇게 몸이 힘들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네, 좀 기다리세요.
병원에 도착해보니 줄이 길었다. 아무래도 백신 시즌이라, 나처럼 진료받으러 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전부 백신 대기자들이었다. 접수를 하고 앉아있는데,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손으로 만지며 기대어 있다가 순간 잠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잠으로 넘어갈 정도로, 정말 극심한 피로였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들어가서 내 상태를 설명했다. 병원에만 가면 버벅버벅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감사하게도 의사 선생님께서 굉장히 세세하게 질문을 해주셨다. 나는 두 가지 증상을 말했는데, 돌아온 질문은 열개가 넘었다.
혹시 최근 2주 안에, 지나치게 힘든 일이 있었어요?
억? 하고 밖으로 소리를 낼뻔했다. 저 출근한 지 딱 2주 지났..? 어쩌면 그동안 나도 모르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던 게 아닐까. 원래도 예민한 성격인 데다가, 매일 갑작스럽게 주어지는 일들이 많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4시간의 출퇴근 전쟁 덕분에, 하루 동안 소모하는 체력이 이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았다.
160이 넘네. 혈압도 제법 높아요.
두통은 신경성/스트레스성 인 것 같다고 했다. 혈압도 그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그리고 과민성 대장증후군까지..; 조금은 놀랐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진료를 다 받고 약을 타고 회사로 돌아가니, 3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두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었는데, (병원에서 미리 얘기해주긴 했지만..) 약 기운이 너무 강했다. 몽롱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며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 제대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눈도 정신도 많이 풀려버린 나는, 남은 일을 대리님에게 넘기고 퇴근해야만 했다. 참으로 불편하고 무거운 퇴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출근하고 2주 만에 내가 얻은 것이 혈압과 두통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니.. 속상-하기보다는, 부끄러웠다. 모두들 다 그렇게 아니 그 이상으로 일하며 잘 살고 있는데, 고작 2주 만에 지쳐버린 나약한 몸뚱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날은.. 아내의 걱정에 평소보다 일찍 약을 먹고 바로 자리에 누웠다. 식사도 방 정리도, 아이를 재우는 것도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전날 먹은 약이 잘 들었는지,
다음 날 출근길은 제법 몸이 가벼웠다.
그래서 평소보다 2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인이 박히면 괜찮아,
인이 박히면 괜찮아,
인이 박히면 괜찮아.
주변에서 해주었던 그 말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고작 이 정도로
너무 힘들다-라며,
혹시라도 내 의지에
조금이라도 흠이 생길까,
겁이 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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