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미워질 때

감성작가 이힘찬

by 이힘찬

녹이 슬어가는 커다란 구조물에
여기저기 자물쇠들이 걸려 있었다.
다른 자물쇠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크고 작은 평범한 자물쇠들.

이제는 굳이 남산이 아니더라도,
난간이 있는 곳이면 꼭 달려있는,
하나의 표현이자 상징이 되어버린.

그런데 그중 한 자물쇠에 문득
시선이 멈췄던 것은 아마도
같이 걸려있는 열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굳이 자물쇠 옆에
열쇠를 함께 걸어 놓았다.
무슨 뜻이었을까? 궁금했다.
무슨 의도였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이별하면 바로 와서 풀어버리겠다는,
그런 속 좁은 마음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이곳에 와서 자물쇠를 걸고 있는,
웃으면서 서로의 이름을 적고 있는,
그런 연인이었다면 분명 가장
애틋하고 설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당당함에 가까웠을 것이다.
혹시 내가 미운 짓이라도 하면
바로 와서 이거 풀어버려! 라고.
나한테 실망하면 이 약속의 자물쇠를
바로 버려 버리라는, 둘만의 약속에
힘을 더하는 또 하나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이 근처에 자물쇠 파는 데가 있나 봐요?


라는 당신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다른 생각을 했다.
오늘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자물쇠와,
끈을 달아놓은 열쇠를 준비해야겠다고.

그리고 나도 자신 있게 당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자물쇠를 어딘가에 걸어놓고,
그 열쇠는 당신에게 건네며
걸어놓고 싶은 곳에 내가 모르게
걸어 놓으라고 말하리라, 생각하며

나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

만약 당신과 내가 자물쇠를 걸게 된다면,
나는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 마음을 풀어내지 못할 것이고,
당신은 내가 주는 사랑에 취해
그 열쇠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내 마음에 대한 자신감이었을까?
아니,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한다.


자물쇠와열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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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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