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은 몇 개였을까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나는 작가였고
나의 선택으로
모든 일을 중단할 수 있었다.
임신부터 출산,
신생아부터 영유아 기간에
남편의 몫, 아빠의 몫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삶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돈이 필요했고,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회사에 소속된 나는
가족과의 접촉이 줄었고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관계의 끈이 약해져 갔다.
여전히 적응 되지 않는 직장생활과
마음껏 순응할 수 없는 가정생활에
지치고 지친 나는,
기계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문득
두 사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몫을
감당하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나의 노력은,
기계가 되어간다던
나의 지친 판단은,
그저 지나친 비약이었다.
그녀야말로,
당신이야말로,
내가 비어있는 자리에서
기계처럼, 살고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문화는, 잣대는, 기준은,
그들을 기계로 만든다.
A 그리고 I
글 : 이힘찬 / 그림 :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