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그 이상의 행동
아이가 얼마 전부터
연습해 온 율동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인사부터 율동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시작 전부터 열심히 촬영을 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핸드폰 화면이 아닌
무대 위의 아이를 보았다.
그 작고 네모난
프레임 속의 아이도
제법 귀엽고 이뻤지만
무대 위로 보이는
내 아이의 모습은
더 생기롭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꽤 오랬동안
진짜를 눈앞에 두고
가짜를 감상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기록하겠다며
그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그 생기, 그 감정, 그 가치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놓치는 것들이
그뿐일 리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이 정도면..
나중에 상황이 되면..
세상이, 아니
내가 만들어 놓은
그 프레임 속 육아는
빠르게 흐르고 변하는
아이의 삶 속에서,
그 존재를 희미하게 만든다.
모든 그럴듯한 핑계를 버리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의 시간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작고 네모난 틀을 버리고
온 몸으로 온 맘으로
아이의 삶을, 감각해야 한다.
글 : 이힘찬 / 그림 :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