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 쌓여 있던 감정 따위가 일시에 세찬 기세로 나옴
직장에서 문득
가정에서 문득
속이 터질 때가 있다.
화가 터질 때가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화의 대부분은
상대가 아닌 내 탓이다.
직장도
가정도
매일 마주하는,
반복되는 공간이다.
많은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환경이고 관계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문득
무너졌다는 건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기보다는,
내 안의 울타리가
터진 쪽에 가깝다.
갑자기 나한테 왜 이래?
라고 생각했는 것들이
대부분
대체로
아파서, 피곤해서,
무슨 일이 있어서.
그 시기의 내가
그 순간의 내가
감정이 터질만한,
상태였던 탓이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내게 익숙한 공간에서의 화는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나의 탓,
나의 몫이다.
글 : 이힘찬 / 그림 :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