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가 신발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지난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었고 전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반에서 열 명 정도가 같은 꿈을 꾸었지요.
몇 년 뒤 제 꿈은 회계사가 되는 것 이었습니다.
어른들이 과학자보다 좋은 꿈이라고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전 회계사가 어떤 직업인지 전혀 알지 못했구요.
사춘가기 되고 누군가 꿈을 물었을 때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대략 각각의 직업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았고
그 중에 제가 되고싶은 것은...이라는 생각엔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때 부터 전 침묵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도 했고,
대학교에도 갔고,
취업도 해서 돈도 벌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춘기부터 멈춘 꿈에 대한 질문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꿈이란 무엇일까?
거창하고, 위대하며,
모두에게 칭찬받아 마땅한 것일까?
사실 꿈은...지극히 개인적인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닐까?
질문이이 여기에 다다르고 나니
꿈은 더 이상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치열하게 내 행복을 위한다면
어느덧 그게 나의 꿈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그냥 시작 해 보았습니다.
구두를 좋아해서 무작정 학원을 등록하고
열 살 넘게 차이나는 친구들의 열정에 뒤지지 않으려
푹 빠져서 주말마다 그림 그리고 종이와 가죽을 자르고 붙여 보았습니다.
미술관에 가는 것이 좋아서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미술관에 하루 종일
그저 가만히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거창한것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더 치열하게 해보기로 했기에
매일 매일이 한 겹 씩 행복으로 채워져 가는 것 같더군요.
그러다 최근, 또 하나 내가 하고싶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해보자.
우선 쉽게 휘발되는 기억을 보다 진하게 새겨넣음으로서
이 행복들을 잊지 않고 싶었고,
그리고,어쩌면 나처럼 침묵하고 있던 누군가에게
행복할 수 있는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구요.
그래서 이렇게 없는 글주변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리고 내가 여전히 깨고 있는 침묵에 대하여
군더더기 없이 적어보려 합니다.
나의 신발 이야기는 전문성있는 길잡이가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행복을 찾는 여정에 옆길 여행자로서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책임질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기보단
스스로 생각하고 나아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려고 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어쩌면 가장 사적인 기록.
나의 신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