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은 어디로 향하는걸까?

비전공자 구두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오늘날 패션이 가고있는 길에 대하여

by Tim Cho


현대미술을 흔히 개념미술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뛰어난 미학성이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던 이전의 방식과 달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아이디어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작품의 표현 방식도 다각화 되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담을 수만 있다면

기성품 (레디투메이드) 을 차용하는 등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들로 작품을 표현합니다.


뒤상샘.jpeg 뒤상 샘
바나나.jpg 1억원 바나나 “코미디언” – 카텔란


형식과 기법 자체에 집중되는 기성 표현주의 미술에 반하여

개념미술은 발상과 생각 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미술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개념미술이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안에 담긴 주제를 파악할 수 있고

감상자가 설득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표현을 하였는지,

어떤 이유로 해당 오브제를 활용하였는지 와 같이

직관성보단 내제성이 더 중요한 미술이니까요.


하지만 개념미술 범주의 작품들, 즉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모든 작품에 대해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데

모든 문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20191123223146984993.jpg 김환기 – 우주


Dawn.jpg Dawn – T.B.OBJECT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작품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작품의 가치는 더 이상 일획화된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사한 풍의 작품이더라도 누가 어떤 시기에 무슨 이유로 작업했는지에 따라

감상자들의 선호도, 즉 시장에서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패션분야에도 유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재질의 옷이라고 무조건 시장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고,

디테일이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없던 독특한 디자인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하고

과거에 비난받았던 디자인의 제품이 갑자기 인기가 오르는가 하면

유행이 지난 브랜드의 디자인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다시금 시장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되기도 합니다.


33e02ac6ee5f1acf14598178a43562e3.jpg 트리플S 발렌시아가
wb3.jpg 미스치프 – 웨이비 베이비


다양한 디자인이 어떠한 기준 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뚜렷한 좋고 나쁨의 방향이 없기 떄문에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표출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린 진정한 자유경쟁의 시장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다른 시각에선 이런 자유경쟁은 독이 되기도 합니다.

단일한 기준이 없는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옳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성장 동기를 가라앉히는 암초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패션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현대 패션은

신발에서도 그 특징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마치 누더기 같은 신발이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되는가 하면

심지어 터부시 되던 악마를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마케팅 하기도 합니다.

많은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얘기이구요.


4a296e2a-15dd-4a27-af53-8cfd4266ffd1.jpg 발렌시아가 누더기 신발, 약 230만원


20210329094529_1600122_1200_799.jpg 실제 사람 피가 들어간 에어맥스 x 미스치프



이런 현상에 사람들은 “패션엔 답이 없다” 는 말로 대변하곤 하지만

사실 답이 없는 질문일수록 호기심을 더 자극하곤 합니다.

왜 이런 신발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까?

이전의 미적 기준들과 도덕성은 더 이상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없는것일까?


찾을 수 없는 답을 얻기위해 저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과거에도 이런 물음을 던진 누군가

정의해둔 해답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아니, 해답이라기 보단 스스로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년간 10번 넘게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고

틈나는대로 국내 다양한 역사박물관을 다니며 기록을 읽어보았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때는 그렇게 재미없던 박물관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군요.


KakaoTalk_20230403_093946754_01.jpg 달항아리 조선백자 – 국립중앙박물관


KakaoTalk_20230403_093946754_05.jpg 부여국립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


1년이 넘어가고 2년에 되어가도 뚜렷한 답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지요.

그 시절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불리던 작품들은

수백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말로 형용된다는 것이지요.


하나의 예술 작품이 수천년의 시간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준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말로 설명하거나 글로 서술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자체가 바로 해답 아닐까요.


미술관에서 깨달은 미(美)의 기준에 대한 이해는

신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세대를 아울러 누구나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지요.

e2d9570566cf92a976a8cd0e6aaa7011.jpg 깊은 색감과 유려한 아웃라인의 홀컷 옥스포드 – 벨루티
F758XX00368_00.jpg 크리스티안 루브탱 – 펌프스 스틸레토 힐


그런 아름다운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래식 이죠

흔히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우린 클래식이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라 협주곡, 공자 맹자 탈무드의 교훈, 수천년 전의 아름다운 건축물 등

세대를 아우르는 클래식은 모든 분야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트렌드의 시장 민감도가 높은 패션계에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은 유행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이 진정한 명품의 반열 아닐까요?


21FW_Black wholecut1.png T.B.OBJECT 21F/W 홀컷 옥스포드 블랙


커다란 태풍과도 같이 휘몰아치는 대혼란의 현대 패션은

모순적이게도 클래식, 올드패션드라는 큰 뼈대가 기준되고

뻗어 나가는 꽃가지처럼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선 줄기가 억세어야 하고

줄기가 억세기 위해선 뿌리가 강해야 하듯

겉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현대 패션은 의외로

클래식이라는 견고한 뿌리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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