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구두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클래식에 대한 아주 주관적인 생각들
클래식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 본다면, 오랜 기간 다져온 지속성있는 가치나 중요성을 지닌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문장의 글로서는 그 방대한 의미가 와닿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귀납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각 산업계에서의 클래식의 의미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요?
우선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과학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 과학은 오랜 시간에 거쳐 다양한 전문가들의 손길을 통해
증명되거나 반증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옳고 그름의 선이 뚜렷한 만큼 틀림이 드러난 명제들은 뒤로한 채
오직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속성 있는 가치인 클래식이 되는 것이지요.
사회와 경제에선 어떨까요?
인간에 의해 이해되고 완성되는 분야인만큼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됨이 당연합니다.
이는 마치 다방향으로 뿌리내린 나무와 같아 하나의 정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 뿌리 위로 강하게 우뚝 선 기둥과도 같은 불멸의 보편적인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수천년 전 철학자들의 깨우침이 오늘날에도 회자는 것이나
초기 문명의 기록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 오늘날 경제학의 원리들을 보더라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와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예술 분야에선 어떨까요?
위 둘과는 조금은 다릅니다.
오늘날 고전 예술이라고 부르는 분야도 당시엔 새로운 혁신이었을 것이고
기성 세대에게 핍박받고 차별 받던 비주류의 그림이나 음악들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몇 세대 후 또 다른 클래식으로 불리곤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고전 미술만이 아닌
반 고흐의 야수파 작품들도 이제는 클래식으로 불리는 것이나,
바흐의 협주곡과 베토벤의 교향곡과 같은 오케스트라 음악뿐만 아닌
비틀즈나 마이클잭슨도 대중문화의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죠.
즉 예술계에서의 클래식, 즉 단 하나의 진리나 정의, 가치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션도 예술계와 맥을 같이 합니다.
패션에서는 그 가치와 기준이 빠르게 사라지거나 탄생합니다.
세대가 지나도 그 형태가 유지되는 수트나 블랙 드레스도
사실 그 역사는 2백여년 밖에 되지 않은 현대 패션의 한 축이었고,
그 전의 의복들도 무구의 역사를 지나온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즉, 패션에서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정의한 하나의 의견일 뿐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회, 예술, 미술과 같이
사람들로 인해 정의되었기에 계속 변화하기에 클래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속가능한 기준, 그리고 모두가 추구할 가치라는 것은 없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분야에서 클래식이 어떠한 정형적인 것이 아닌
그것을 표현하는 “태도”에서 기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고전 철학과 사고방식을 기르는 것은
오늘날까지도 의미 있는 삶의 지침과 영감을 제공 하는
시대를 초월한 원칙과 관점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지혜, 관용, 지적 호기심, 책임감 또는 내면의 평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현대상을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패션과 예술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선 높은 품질과 장인정신이 기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활용하여 작품의 지속성을 추구하고
견고한 기반과 같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에 집중한다면
세대에 따라 평가의 기준이 달라지더라도 그 우수성은 인정받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트렌드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성입니다.
깔끔하면서도 간결한 아웃라인, 중립적인 색상과 베이직한 형태 등
시대를 초월한 요소들에 보다 집중하여 강조한다면
종잡을 수 없이 다각화된 사람들의 기호에 어긋나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확장 가능성에 대한 자세 입니다.
현대에 가장 많이 재해석되는 작품들은 모두 클래식의 범주에 있는 것 들입니다.
오랜 기간 고착화되다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로 접근하기 쉬운데
이들을 적극 수용하고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춘다면
폭풍의 눈 과도 같이 어느새 변화의 중심에서 고요한 자신만의 범주를 갖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태도”들은 개인으로 접목시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절대적 실력을 높이기 위해 늘 연구하고 노력하고
보여주기를 위한 겉치레가 아닌 보편적인 관념들에 집중하며
항상 열린 마음으로 많은 변화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을 통해
개인 스스로도 지속성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클래식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고전주의는 건강이고 낭만주의는 질병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고전주의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나타내는 반면
낭만주의는 보다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접근 방식을 나타낸다는 것이지요.
이 인용문은 수년에 걸쳐 다르게 해석되고 논의되었지만
예술과 문학에서 클래식의 본질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은
빠르게 휘몰아치는 변화속에서도 우리가 무게 잡을 수 있는 닻 이자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돛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