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돈가스
지금이야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조금은 낯 두껍고 뻔뻔한 용기가 필요한 특별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다’는 아주 단순한 공식으로 귀결되던 시절이었으니까.
대학시절,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많은 과를 다닌 나는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늘 남자 동기들의 틈에 끼여 왁자지껄 점심을 먹었다. 그탓에 어쩌다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교양수업을 듣는 날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혼자 해결해야 될지도 모르는 점심이었다. 아침을 커피우유 한팩으로 때우는 나는 점심을 굶으면 뭘 해도 밥 먹는 생각밖에 하지 않게 되었다. 배는 고프고 집중은 안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길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혹시나 나와 같이 아직 배고픈 과 동기라도 우연히 발견할까 부지런히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런 날일수록 아무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고 점점 강도를 높이며 몰아치는 허기에, 나는 슬금슬금 도둑고양이처럼 학교 식당으로 가 텅 빈 식당의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행여나 혼자 밥 먹는 내 모습을 그 누군가에게 들킬까 요리저리 살피며 주문한 돈가스를 받아 들고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삭바삭 맛있게 튀겨진 돈가스를 보며 나는 꿀꺽하고 군침부터 삼켰고, 큼직하게 한 조각을 잘라 입을 크게 벌리고 먹었다. 고소한 돈가스 맛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나는 같은 교양수업을 듣는 타과 남학생과 눈이 딱 마주쳤다. 반가운 듯 목례를 하는 그에게 입안을 꽉 채운 돈가스를 빠르게 씹어 넘기며 어색한 인사를 했다. 무언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머쓱해진 나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먹는 둥 마는 둥 반 이상을 남긴 돈가스 접시를 퇴식구에 내려놓고 학교 식당을 서둘러 나왔다. 가방에 넣어둔 생수 병을 꺼내 크게 한 모금 삼키자, 놀란 가슴에도 진정되지 않은 눈치 없는 식욕은‘꼬르륵’ 소리를 내며 먹다가 만 점심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하필 이때 식당으로 들어올 것은 뭐람… 게다가 인사는 왜 하는 거야?’그 남학생을 향한 원망 썩힌 투정을 하다 물 한 모금을 또 삼켰다. 지금이라면 혼자 몇 접시라도 아무렇지 않게 먹어 치웠을 돈가스 - 혼자 밥 먹는 게 뭐라고 조금 더 맛있게 먹을 걸 그랬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