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말 한마디

by anego emi

침묵이 흐르는 날들이 반복될수록 다정한 말 한 마디가 듣고 싶어졌다. 예를 들면 수고했어, 오늘 하루도 좋았어, 고마웠어,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 같은 누가해도 다정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보통의 말들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정한 말들을 내게 해주기 시작했다. 다정한 말이란, 남에게 들을 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할 때도 가슴 뭉클하게 따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다정한 말이란, 나를 향한 질문일 수도 있고 위로일 수도 있고 고백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세상을 향해서 퍼줬던 관대함을 내게 아낌없이 퍼주고, 수시로 다정한 말을 건네며 힘껏 기를 세워준다. 나를 향한 다정한 말들은, 수시로 나를 공격해오는 후회와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마음의 근육이 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오롯한 나의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만, 예상치 않은 불청객을 만나게 된다. 그저 그랬던 동기의 승진 소식, 강남에 40평대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친구의 자랑, 뭘 해도 잘 풀리는 누군가의 근황처럼,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지금의 내 처지를 불현듯 떠올리며 움츠러들게 하는 순간들이 예고도 없이 닥쳐온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중년의 성적표는 회사에서의 직급이거나 가진 재산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후회의 창문을 열고, 가장 불편한 자극으로 머리와 가슴에 고문을 가한다. 그러나 분명 달라진 것은, 아니 달라지고 있는 것은, 그 후회가 내 숨통을 조여 오기 전에 내게 다정한 말을 건네며 그 창문을 힘껏 닫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엄습해온 지금의 후회와 불안은 내가 되돌리고 싶은 그 무엇 때문도 아니고 한낱 순간에 불과하다는 걸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후한 점수를 주고 환하게 웃는다.


남에게 흔들리는 인생은 그 무엇보다 슬프고 아프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하게 한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세상과 다를 뿐이다. 내 마음대로 살기로 했으니까.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습관처럼 부지런히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들을 건네두어야 한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가끔씩 세상의 바람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 tip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과 살가운 말들을 속으로만 곱씹지 말고 내 귀가 또렷이 들을 수 있게 입 밖으로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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