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좋은 날은 얼마나 될까?

by anego emi


비가 온 다음날의 하늘은 뽀얀 화장을 말끔히 지운 소녀의 얼굴처럼 맑았다. 저 눈부시고 영롱한 얼굴에 다시 분을 덧칠하기 전에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 졌다. 가능한 피하고 싶은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바지와 후드티를 꺼내 입고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아홉 시를 갓 넘긴 아침은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한 달 전에 오픈한 길가의 카페에는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는 청춘들의 풋풋한 웃음소리와 시큼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소위 생기라는 것이 물오른 봄날의 꽃처럼 피어올라 있었다. 미소가 정겨운 아르바이트생이 요리조리 주전자를 돌려가며 정성껏 내린 커피 한 잔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좋은 날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 중에 좋은 날은 얼마나 되었을까?


뒤돌아보면, 내게 좋은 날이란 ‘나쁘지 않은’ 날이었다. 실수를 몇 번 줄인 날, 계획대로 그럭저럭 풀린 날, 내가 어제보다 덜 한심해 보이는 날, 꾸지람보다 칭찬을 몇 모금 더 먹은 날, 골칫덩이 일들이 실마리를 찾은 날, 퇴근길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은 날, 늘 복잡하고 멍한 내 머릿속에 약간의 평온이 찾아온 날….


나보다 타인을 의식하고, 내가 아닌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고 평가되었던 내 지난날들은 결코 완벽하게 좋을 수 없었다. 내가 좋아야 하는 게 아니라 남이 좋아해 줘야 좋은 날이 되니까. 나의 좋은 날의 중심에는 내가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한 좋은 날들을 만들면 그만이지만 나를 위해 좋은 게 무엇인지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솔직히 까마득했다.


우선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자. 그걸 하는 이유나 그것을 했을 때의 결과 따위는 무시하고,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스스로에게 떼를 쓰자. 저걸 하게 해 달라고. 무조건 하고 싶다고. 그걸 하면서 하루가 가고 또 새로운 하루가 기다려졌다면 그날이 바로, 나의 좋은 날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Tip

철없는 아이가 되어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주목한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충분하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모든지 그냥 해본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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