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관하여

by anego emi


“취미가 뭐예요?” 이 질문은 내 젊은 날의 소개팅에서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했다. “글쎄요. 뭐 딱히… 영화나 음악 감상 그리고 독서… 그런 것들이겠죠.” 내가 늘 하던 영혼 없는 대답이었다. 앞만 보고 사느라 바빴던 그때는 딱히 취미라고 내세울 게 없었다. 시간 나면 하는 운동 같은 느낌인 데다가 취미의 개념조차 오락가락했다. 뭘 배워야 하는 건지, 재미 삼아하면 되는 건지, 그것 또한 헷갈렸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취미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이다. 즐기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어떤 걸 감상하고 이해하려면 시간과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사는 게 빠듯한 우리에겐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취미는 일하는 것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하고, 생각보다 많은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취미는 잠시 세상과의 단절을 원할 때 숨어들기 좋은 이불속 동굴이 되어주고, 자신만의 의지와 선택으로 하루를 채워가야 할 그 순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그렇다면 내 취미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알듯이, 내게도 다양한 취미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어떻게든 짬을 내어 내 눈과 귀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그것에 집중하고, 내 몸이 원하는 걸 하게 해줘야 한다. 취미를 찾기 위한 첫걸음은 가능한 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권한다. 여럿이 다 함께 하는 취미는 지금이 아니라 다음으로 미룰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낸다. 취미에 대한 환상도 버리는 게 좋다. 단순하게 내가 하기 쉬운 게 좋다. 취미와 교양을 분리시키면 그 폭은 한층 더 넓어진다. 숨 쉬는 걸 제외하고 내가 즐겁게 하는 모든 행위들이 내 취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한다’는 사실이다. 청소도 취미가 될 수 있고, 목욕도 취미가 될 수 있고, 커피를 내리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고, 수다도 취미가 될 수 있고, 산책도 취미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누구든지 다양한 취미를 부담 없이 가질 수 있고, 소중한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면서 자신만의 내공을 키워 가면 그만이다. 그럼 남은 인생에서 절대 나를 배신하거나 떠나지 않는 영원한 내 편이 생긴다. 혼자 있어도 결코 무료하지 않으며, 가끔씩 이유 없이 흔들리는 나를 다잡을 수 있는 무상무념의 시간을 선물해준다.


취미는 힐링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확행에 다다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내 취미 찾기가 아닐까?




# tip

취미 수첩을 만들어본다. 일을 제외하고 내가 즐겁게 했던 것들을 그날그날 적어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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