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치라 했을까?

by anego emi


때는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 날이었다. 각 팀별 막내들이 팀장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막말로 그때는 계급장 떼고 할 말 다 해도 괜찮았다. 우리 팀에서는 한 달 전,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남자 대리가 나를 소개했다.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보여주며 그간 내가 해치웠던 광고들을 줄줄이 숨도 안 쉬고 언급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청중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열정일까? 아니면 광기일까? 누가 이 여인에게 이토록 미치라고 했을까요?”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같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능청스럽게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모두가 폭소한 와중에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 위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언제 촬영했는지 모를 내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화면을 꽉 채웠다. 화면 속 나는 팀원들이 모인 회의실 정중앙에 앉아 잔뜩 얼굴을 구긴 채 모두를 향해 뭐라고 주절거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일을 구실 삼아 난리 치는 미친년 같아 보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냥 일을 하라고 했지, 누가 미치라고 했을까? 심한 말로 미치면 결국에는 미친년밖에 더 되겠는가?


일이나 회사에 지나친 애착을 가지는 일은 다소 유치하고 자기중심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그런 감상에 깊이 빠지다 보면 맡은 일마다 매번 자신이 결정적 주인공이 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열정을 대단한 실력 인양 과시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음을 탓하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도가 지나친 줄도 모르고 펄펄 날뛰는 게 프로의 본모습인 듯 패악을 부리게 된다.


진정한 실력자는 존재감을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처럼 일하면서 결과물이 자신이 되도록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눈에 띄어야 실력자인 줄 알았던 나는, 일보다 내가 돋보이길 바랐으며 쓸데없이 과한 애정을 쏟으며 대가를 기대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회사를 떠나 도쿄에서 그림을 공부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후회되었다. 내가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의 애착과 집착이 불러낸 광기로 인해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슴 시리도록 후회되었다. 한참 일하는 데 열을 올리는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적당한 거리를 두며 적당히 실력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일이라고. 그리고 미치는 순간, 일은 일이 아니라고. 그저 미친 짓일 뿐이라고.


#tip

워라벨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니 나이 불문, 직급 불문 가능한 실행 하도록 노력한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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