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다 스크린도어에 흐릿하게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똑바로 섰는데도 어깨는 아래로 살짝 처지고, 앞으로 쏟아지듯 고개가 나온 내 목은 거북이 같았고, 내 등은 길쭉한 화살처럼 휘어져 있었다.
회사를 떠나고, 책상 앞을 떠나고, 스트레스를 떠났지만 내 몸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게 요가였다. 거울에 비친 선생님의 동작을 설명에 맞춰 따라 하면 되었다. 안 되면 안 해도 그만이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것이 그 수업이 본질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했다. 대신 가만히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이곳이 왜 이토록 아플까, 움직이려고 해도 왜 움직여지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긴장하는 원인은 뭘까. 자신의 몸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 그동안 외면했던 내 몸에게 질문을 던지며 내 몸이 쏟아내는 아픈 대답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일상의 자세들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의 어느 중년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자주 자신의 몸을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씩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비춰보고 구석구석 살펴보며,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챙겨보며 아껴주라고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몸을 비춰볼 자신이 없었다. 나잇살이 서서히 오르는 배와 허리를 참고 봐줄 수가 없었고, 아무리 멋을 내도 예전만큼 스타일이 나지 않는 것도 짜증 났다. 그냥 피하고 안 보는 것이 속 편했다. 나이 듦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불쾌했다.
하지만 이제야말로 내 몸을 들여다보고 마주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몸이 수시로 잔 비명을 질러대는 바람에 안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오늘도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휘청대기만 하는 뻣뻣하고 딱딱한 몸을 토닥이며 요가를 한다. 그리고 거울 속 내 몸에게 말한다. 미안하다. 그러나 사랑한다.
# tip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반드시 찾아낸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 가까워진다. 남 일이 아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