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잠시 회사를 그만두고 오겠습니다》에는 ‘사자에 상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자에 상’은 일요일 오후 여섯 시 반에 방영하는 가족 만화의 제목이자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사자에 상 증후군’이란 이 만화가 끝나는 일곱 시가 되면, 이제 주말이 몇 시간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므로,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월요일의 공포가 서서히 몰려오는 증상을 말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이면 이유 없이 마음이 우울해졌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의 시간들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함께 사라지는 걸 불편하게 지켜보곤 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이 지나자 월요일의 묵직한 부담감과 공포는 차츰 무게를 잃어갔다. 그 대신에 일요일 저녁이면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비었다가 다시 채워졌다. 이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이것은 아마도, 모두가 느끼고 있을 ‘사자에 상 증후군’에서 나만이 제외되었다는 일종의 소외감일지도 몰랐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처럼, 리모컨을 신경질적으로 눌러가며 차례로 바통을 이어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변함없이 지켜봤다. 그러다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소리 내어 말했다. 출근하는 월요일은 사라졌다고. 너의 일요일 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그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대형 마트에 가서 천천히 장을 보고, 늦은 저녁을 손수 정성껏 차려 먹었다. 그리고 말끔히 뒷정리를 끝내고, 근처 공원에서 어슬렁어슬렁 딴청을 부리며 산책을 했다. 그러나 가로등이 환한 공원을 절반쯤 돌았을 때에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속삭이고 있었다. ‘너 또한 월요일을 준비해야 한다.’ ‘일요일 오후의 여유로움은 내일이 없는 자의 사치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귓가에 흐르는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반달이 뜬 까만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평화로웠다. 일요일 저녁에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본 게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는 편의점 앞에 놓인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차가운 맥주 캔을 땄다. 옆 테이블의 어르신들이 나를 힐끔 보셨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월요일의 공포에 허덕이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의 풍경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얄밉고 긴 수다를 떨었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이런 종류의 일요일이 아닐까?
머지않아 내게 월요일은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천천히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책을 읽어도 좋은 날이 될 것이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주면, 이런 날 꾸역꾸역 출근하며 우산을 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웃음이 새어 나올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왜 한 주의 시작이 꼭 월요일이어야 할까? 나 같은 자유로운 사람은 수요일쯤 시작해서 모두가 분주한 월요일이나 화요일을 주말처럼 써버려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 tip
금요일 밤에 하고 싶은 일들을 일요일 밤으로 미뤄본다. 불타는 금요일이 아니라 불타는 일요일이다. 월요일은 청소와 빨래를 위한 가사의 날로 정한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