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고교생이 된 아들과 머쓱해진 워킹맘 J는
한 달간 매일 도시락을 만들기로 결심을 하죠.
아들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눈치껏 캐치해서 응원 혹은 공감,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도시락을
매일 아침 출근 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갔답니다.
그러나, 무뚝뚝한 아들은 좀처럼 반응이 없었죠.
드디어, 스스로에게 약속한 한 달을
꽉 채운 마지막 날...
그동안 졸린 눈을 비비며
열심히 약속을 지킨 자신과
시험을 앞둔 아들을 위해
가츠 동(돈가스) 도시락을 만들죠.
(가츠란, 일본어로 돈가스와
같이 빵가루를 입혀 튀긴 고기,
'이기다' ' 승리하다' 란 의미 [가츠]와
발음이 같아요)일본 사람들에게
가츠 동은 꼭 이기고 싶은
중요한 시합이 있거나
혹은 힘을 내어 반드시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날
먹는 결심과 응원의 음식이기도 하답니다
J와 고교생 아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자신의 돈가스 도시락을 맛있게 비우죠.
저녁 8시가 넘어서 퇴근을 한 J는
식탁 위엔 놓인 아들의 도시락통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죠.
설거지를 할 요량으로 연 아들의 도시락 통 속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아들이 꼭꼭 눌러쓴
수줍은 메모가 남겨져 있었답니다.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는 J는
그 메모를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죠.
이 스토리는 몇년 전 도쿄가스의 광고랍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어색한 오늘의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광고죠.
그러고 보면 도시락은 마음을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죠.
손수 만든 것이라는 그 사실만으로
먹기도 전에 울컥하게 만들고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계란말이, 어묵볶음, 후랑크 소시지, 미니 햄버거...
색깔도 고운 반찬들이 당신의 한 끼를 위해
누군가가 얼마나 정성과 마음을 담았는지가
단박에 전해지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니까요.
오늘은 전철역 앞에 새로 생긴 김밥집의
셀프 반찬코너에서 채를 썬 빨간 단무지 무침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게요.
이 단무지 무침은 점심, 저녁
두 개의 도시락을 싸다니던 학창 시절의
단골 도시락 반찬이었거든요.
짭조름한 조미 김에 밥을 올리고
엄마가 조물조물 무쳐낸 빨간 단무지 무침을
싸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요?
문득 그 옛날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이 그립네요.
왜 그땐 눈치채지 못했을까?
언제나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싸주셨던
그 도시락에 담긴 메시지를요.
(이제라도 눈치채니까 다행이지만요)
이번 주말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인
도시락을 한번 싸 볼까요?
<남은 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