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보이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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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강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약점을 고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하네요.

갑자기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배신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그러고 보면, 우린 항상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더 자주 들어야 했고

못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어야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한다고

굳게 믿어왔네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세상에 약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 평생 약점을 고치기 위해

애쓰고 시달리다가 나이가 들면

제풀에 꺾이고 마는 거겠죠.


도쿄 유학시절, 저의 클래스에는

별명이 '인디언 보이'었던 K군이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어떤 과제를 내어도

늘 인디언을 그려오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디자인 전문학교를 다녔습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이해력이 부족한 K군은

유난히 질문이 많았는데요.

가끔은 수업의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쉼 없이 질문을 해댔죠.

뿐만 아니라, 조별 과제를 위해

조를 짤 때도 그는 늘 마지막까지

큰 눈을 멀뚱멀뚱 뜨고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곤 했죠.

그런 그가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조를 자청하고 함께

과제를 한 적이 많았답니다.

처음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외국인인 저를 경계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모두 다 외면하는

질문들을 저에게 쏟아내기 시작했죠.


가톨릭 신자인 저는

일요일마다 성당에 갔었는데요

그날은 성축 일이라 꽃으로 단장한

성당의 앞마당을 산책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K군을 우연히 만났지 뭐예요

저를 발견하고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그는, 다짜고짜 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엄마의 손을 끌고 와

저를 ' 같은 반 친구'라고 소개를 했죠.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반갑다'는 말을 건네었죠.

그리고 저에게 '부탁이 있는데

괜찮을 까요?' 하고 물었죠.

저는 괜찮다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도와 드리겠다고 답을 했죠.

아마도, 눌 불안한 철없는

아들에 관한 부탁이겠지요


자폐 증상이 약간 있는 K군은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낮고

산만해서 학창 시절 내내

친구가 없었다고 했죠.

몇 년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이모가 생일 선물로 인디언 백과사전 같은

사진첩을 보내주었는데

그걸 몇 날 며칠 보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군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아들이 그린 그림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무리해서 이 학교를 보냈다고 했죠.

아이가 잘하는 것 한 가지만이라도

더 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요.

K군에게 스스로 그린 인디언은

대단한 기적임에 틀림없을 테니까요.


그 후로, 졸업할 때까지 저는

그의 인디언 그림들을 수없이 봐왔는데요

졸업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인디언이 등장했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인디언 보이의 마지막 작품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죠. 혼자 방황을 하고

인디언을 만나서 강해지는

뻔한 스토리이지만 저는,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서

한발 더 나아간 그가 참으로

대단해 보였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오늘도

저의 약점을 탓하며

저의 강점을 키울 소중한 시간을

날려 보냈는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강점을 더 강하게 키워서

잘하는 것만 하면서

잘 살아가려고요.


매운 걸 잘 못 먹는데

억지로 매운 걸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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