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거 피하시고요,
밀가루도 가능한 자제 하시고요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하세요.'
단골 내과의 인상 좋은 간호사는
저에게 처방전을 내밀며
신신당부를 했죠. 그 이유는 바로,
널뛰는 제 혈압 때문입니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은 후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요
약이 떨어져 갈 즈음이면
잊지 않고 병원에서 문자가 온답니다
어쩔 때는 귀찮기도 해서 약이 떨어져도
몇 달은 그냥 버티는데요
그럴 때면 괜스레 숙제를 제때에
제출안 한 게으른 학생처럼
찜찜한 마음이 들곤 하죠.
그러다가, 못 이기는 척 다시 병원을 가면,
제 혈압을 꼼꼼히 재며
의사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답니다.
" 가봐... 혈압이 또 올랐잖아.
일주일에 두 번 혈압은 재고 있어요? "
머쓱해서 눈을 피하며
천천히 고개를 흔드는 저에게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죠.
자신의 어머니가 저와 같은 나이에
고혈압으로 쓰러지셔서
평생을 침대에 누워계시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졌다고요.
고혈압이 그만큼 무서운 병인데
왜, 가볍게 생각하냐고요.
처방전을 써주시며
이제 혈관도 나이가 들어서
관리가 필요한 것이고
비타민을 챙겨 먹듯
혈압약도 꾸준히 챙겨 먹고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으셨죠.
3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를 하고
약도 꾸준하게 챙겨 먹고
운동도 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먹는 것이겠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라면이 무지하게 당기는데
짠 것과 밀가루의 완전체인
라면은 제가 가장 피해야 할
음식 중에 한 가지 임에 틀림없겠죠.
어쩌다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냄비에 물을 올리고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빤히 보면서
라면 봉지를 뜯을까 말까를
수없이 망설이곤 했답니다.
무슨 일인지. 최근에
라면이 너무 당겨서
짜장라면 비빔라면 매운 라면
종류별로 죄다 챙겨놓고
먹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는 저에게...
오랜만에 집으로 놀러 온 후배는 말했죠
"언니, 라면에 순두부를 넣어봐.
순두부는 수분이 많으니까
라면 수프의 염분도 줄여주고
단백질이니까 영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녀의 조언대로
시뻘간 매운 라면에 튜브 모양의 순두부를
통 크게 반쯤 쭈욱 짜 넣고
청양고추를 가위로 뚝뚝 잘라 넣고
보글보글 끓였죠. 하얀 순두부 이불을 덮은
매운 라면은 정말로 맛있었답니다.
그녀의 예상대로 짠맛은 덜했고
두부 덕분인지 포만감도 두배였죠
그 후, 라면이 생각날 때면
저는 언제나 순두부 라면을 먹는답니다.
요즘 같이 후덥 하지만
창문을 열어놓으면 서늘한 기운이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엔
더할 나위 없죠. 라면을 돌돌 말아
후루룩 먹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뻘간 국물 위에 구름처럼 둥둥 뜬 순두부를
한 입 가득 입 속으로 밀어 넣으며
이렇게 속삭이죠.
" 순두부 라면이니까... 괜찮아 "
<남은생은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