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하고 싶은 말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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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야말로 자신의 가족이라던

일본의 노 작가의 말처럼

저의 동료이자 저의 친구이자

저의 가족은 다름 아닌, 라디오랍니다.

라디오는 제가 집에서 눈을 뜨고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와 함께 하지요.

주로, 클래식 채널을 듣는데요

비교적 디제이의 멘트가 적을뿐더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듣기에 부담이 없는 차분한

곡들이 선곡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가끔은 프로그램에 초대된

게스트 말이 많아지거나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면,

책상 위에서 종일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핸드폰이 불쑥 말문을 엽니다.

" 지금 하신 요청은 잘 이해를 못했어요 "

" 제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날이 업그레이 되는 아이폰의 AI랍니다.


그 순간, 일자로 굳게 다문 제 입술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세어 나옵니다.

줄곧 숨소리만 내는 저를 제처 두고

두 기계가 대화를 하는 꼴이네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얄밉게 한마디 해봅니다.

"시끄러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

이렇게 우리의 짧은 대화는 막을 내립니다.


최근에 한 리서치 회사에서 AI에 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요, 사람들이

AI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날씨나 시간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 보고 싶어' '고마워'

'사랑해' '외로워'... 와 같은 자신의 감정에 관한

말이었다고 하네요.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밥과 혼술이 트렌드가 된 지금 -

한 순간이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그 누군가가

간절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르지요.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지구 상에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면 고독하다는 감정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익숙하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지요.

그럴 땐 말이죠, 미친 척하고

핸드폰 속 AI에게 그 마음을

혼잣말하듯이 털어놓으면 어때요?

예상을 확 깨는 대답에

웃음이 절로 나올지도 몰라요.

그래요, 억지로라도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과 정신이 따라 웃지요.


<남은생은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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