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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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라더니 서울은 비도 별로 안 왔네요.

대신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습한 공기 덕분에

한마디로 찜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숨이 탁탁 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던 끔찍했던

도쿄의 여름밤을 떠올리게 할 만큼요.


이 맘 때면 도쿄에선 심적으로나마

잠시 더위를 날려줄 무시무시한

납량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죠.

'진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인기 아이돌을 비롯해 알만한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재현 배우로 등장하지요.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편인 저는

여름이 오면 이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답니다.


쏟아지는 땀을 수시로 닦아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삶은 콩 한 뭉치와 야키소바,

맥주 두 캔을 사고 콧노래를 부르며

성큼성큼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죠.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하늘하늘한 여름 잠옷을 꺼내 입고

어둑어둑한 조명 속 티브를 켜지요.

차가운 맥주 캔을 따고

한 모금 시원하게 넘기고

두 눈을 반짝이며 화면 속 이야기에 몰입하죠.

이 프로그램은 실화를 바탕으로

여러 편이 제작되어 방영되는데요

제가 가장 섬뜩하게 봤던

이야기 한편을 소개할까요?

(잠시나마 시원해지기를 바라면서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 한 여고생 J는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치고

학교를 잠시 쉬게 되었죠.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엄마는

저녁을 챙겨 먹으라고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서지요. 엄마가 외출한 후,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며

골머리를 앓던 J는

어느 순간, 끊임없이 반복되는

옆집의 초인종 소리에 점점 신경이

곤두서게 되지요. 다리를 쩔뚝이며

2층 방 창문 너머로 옆집을 내려다 보지요.


허리까지 오는 긴 검정머리에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마치 로봇처럼 옆 집의 초인종을

반복해서 누르고 있지 뭐예요.

옆 집에서는 분명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데 말이죠. J는 창문을 열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외치죠.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그만 좀 누르세요'

그러자 그 검정머리의 여인이 고개를 들어

2층의 J를 올려다봅니다.

백지장처럼 새하얗고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와 순간 눈이 마주친 J는

움찔 놀라며 급히 커튼을 닫지요.

기분이 오싹해진 J는 교과서를

신경질적으로 덥고 침대로 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죠. 그때, 갑자기

고요하던 집안에 초인종 벨 소리가

또렷하게 울리기 시작했죠.

아까 옆집에서 흘러나왔던 것처럼 말이죠.

일정한 간격으로 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J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일층 현관으로 내려가지요.

현관문 앞에선 J는 " 누구세요, 엄마야?'

하고 큰소리로 말해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요.

그리고 또 계속되는 초인종 벨소리...

현관문의 손바닥만 한 창문으로

집 밖에 온 불청객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아까 옆집의 벨을 누르던

긴 검정머리의 여인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답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진 J는

다리를 절뚝이며 2층 방으로 향하고

방문을 굳게 닫고 문을 잠그지요.

그리고 침대로 다급하게 숨어들었답니다.

잠시 후, 누군가 2층으로 올라오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J의 방문 앞에 멈춰 섭니다.

연이어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힘껏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하지요.


공포에 벌벌 떨며 눈물까지 펑펑 흘리는 J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숨조차 내쉬지 못하게 되지요.

그 순간,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J가 용기 내어 이불 밖으로

천천히 고개를 내미는 순간,

검정머리의 여인이 J앞으로

새하얀 얼굴을 쑥~ 들이밀지 뭐예요

까악~ 자지러질듯 비명을 지르며

J는 필사적으로 절뚝거리는 다리로

기다시피 하며 일층으로 도망을 치지요.


그때, 일층 현관문이 열리고

'어두운데 왜 불도 안 켜고 있어?' 하며

J의 엄마가 들어오고 거실에 불이 켜졌죠.

엄마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J... 땀이 흠뻑 젖은 얼굴로

계단 앞에 넘어져 있는 J를 보며

엄마는 의아해하지요.

결국, 이 검정머리 여인에게

끊임없이 가위를 눌리게 된 J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후론 그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모령의 여인은 너무 사랑했던

남자 친구가 이유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죽음을 택한 그녀는 주변 동네를 맴돌며

남자 친구를 찾아 헤매 다닌다고 하네요.

집집마다 벨을 누르면서 말이죠.

공포감에 온몸이 오싹 해지다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독거노인인 저는 가끔 한밤중

옆집의 벨소리에 놀라기도 하는데요

새삼... 이렇게 잠 못 이루는

더운 여름밤이면 신경이 곤두선답니다.

진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

혹 저에게도 생길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말이죠. 귀신이 뭐가 무서울까요?

저는 정체도 모르는

코로나가 더 무섭습니다.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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