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랑 핸드폰이 뜨거워지도록
말씨름을 합니다
바로, 엡의 사용법을
알려드리기 위함이지요
코로나 시국에 외출이
꺼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연세가 있으시니
대형마트까지 차를 몰고
나가기도 어려워진 엄마에게...
무게가 나가는 화장지,
세제, 샴푸 등등을
엡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똑같은 설명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단계별로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는 등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지요
물론, 제가 대신 주문을 하면
그만이지만도 엄마에게도
그녀만의 취향이 있는 법이고
자신이 쓸 생필품쯤은
자신이 직접 고르고 사고 싶은 법이죠.
매번, 긴 통화 끝에 간신히 주문을 끝내고
엄마는 혼잣말처럼 내뱉곤 합니다.
" 에고야.. 이게 뭐라고.. 할 때마다 어렵네 "
연세를 둔 부모님이 있으시다면
누구나 엡 사용법에 얽힌
사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지요.
나이가 들었으니
그냥 모르고 살아도 그만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은행이든 마트든 세상이 엡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어찌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자식들 손을 빌리지 않으면
화장지 하나도 살 수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들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마도 점점 이 시대의 흐름과
무관 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시대를 움직이고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과 진보에
아무런 관여도 아무런 관심도
주지도 받지도 못하게 됨으로써
아무리 알려고 애를 써도
도대체 알 수가 없게 되는 것 -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남에게 위탁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엡이 주는 편리성이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노인인데 말이죠.
제가 만약 스타트업에 뛰어들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저의 첫 프로젝트는
노인을 위한 엡을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만)
어느 스타트업 대표가 인터뷰에서 그랬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해야 하는 걸 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라고요.
누가 이것쯤 해결해 줬으면 하는 것
그걸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소명이라고요.
최소한, 의식주를 해결해줄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세상 쉬운
엡의 탄생은 불가능한가요?
뿐만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책임져주는 세상 신나고 재미난 엡은요?
점점 길어지는 슬기로운 노인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노인을 위한 엡이 아닐는지요.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