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코 입을 단단히
틀어막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감기 바이러스를
덜컥 몸속에 불러들인 저는
며칠간 자발적 격리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었죠.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으며
단지 시름시름 기력이 떨어지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파서 멍하니 침대 위에 누워
넷플릭스를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답니다.
저의 증상을 너무 잘 아는
단골 내과에서 지어준
삼일 치의 감기약을 부지런히 챙겨 먹고,
뜨거운 옥수수차를 수시로 홀짝인 탓에
몸은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 편이었죠
(보통 일주일은 기본이거든요.)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커피 한잔을 천천히 내려 마시면서
창문을 활짝 열었죠.
구름 한 점 없는 서슬 퍼런 겨울 하늘을
까치발을 하고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도톰한 패딩을 걸치고
일주일 만에 집을 나왔습니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
출근을 서두르며 전철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검음이 분주합니다.
저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거리를 두고 어슬렁어슬렁
시장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지요
길거리의 야채가게에서는
알록달록한 털모자를 쓴 어머님들이
달짝지근한 커피 한잔을 서둘러 비우고
갓 따왔는지 흑이 묻은 야채와
겹겹이 쌓인 박스 속의 과일을
빨갛고 파란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합니다.
그녀들의 동그란 어깨 위로
투명한 아침 햇살이 쏟아집니다.
시장 초입의 작은 커피전문점의
네모난 창 너머로 묵묵히 커피를 내리는
의젓한 청년의 모습이 보이네요.
오늘도 씩씩한 아침 인사와 함께
손님들에게 커피를 건넵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기를 써는 정육점 형제들의 얼굴에는
분홍빛의 생기가 돕니다.
이에 질세라 저번 달에 문을 연
맞은편 돈가스집의 젊은 사장님 부부는
가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아침 청소에 열을 올립니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그 옆의 반찬가게에서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은근하게 풍기며
무엇보다 먹는 게 제일이라고
출근길의 모두에게 속삭이는 듯하네요.
이 익숙하고도 정겨운 풍경에
저도 모르게 빙긋하고
미소를 짓고 말지요.
'아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요.
익숙한 일상의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 시작되는 듯이
스스로에게 '오늘도'라는 다짐과
활기찬 기압을 불어넣는 시간 -
어제의 고민과 눈물을 뒤로하고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억누르며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시간-
어떻게든 다시 시작해보려는
마음이 용기를 내는 시간-
모두의 아침은 그렇게 위대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지요.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