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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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 꿈을 자주 꿉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꿈을

자주 꾼 적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어쩌면... 저의 무의식 속에 있는

'또 다른 나'가 '현실 속의 나'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사인은 아닐까요?


최근에 읽은 책에 의하면

꿈은 우리의 뇌가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 등이

잠결에 반짝 투영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고 필름을 뚝뚝

끊어놓은 것 같은 장면 장면들이

맥락 없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뇌는 처리할 일도 많고 귀찮아서

무시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이

그걸 자꾸 떠올리다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지요.

(순전히 저의 추론입니다)


그렇다면, 몇 달간 이어지는

제 꿈은... 저에게 무슨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것일까요?

딱히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귀로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평온해도 되나 싶을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 말이죠.


아침에 눈을 뜨고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명상에

빠져봅니다. 숨이 나가고

들어가는 소리에만 의식을

집중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의식은 또 다른 곳으로 달아나고 맙니다.

그 의식이 흐르는 데로

천천히 호흡을 하며 따라가 봅니다.

놀랍게도, 그 의식의 끝에는

아직도 지우지 못한 과거의 후회와

그 후회로 인한 불안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는

아침의 막막함도

지는 해를 올려다볼 때마다

밀려드는 저녁의 공허함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원인은 바로, 아직도

깊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바로, '후회'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꿈은 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다시 한번,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우주는 변화이고 삶은 의견이다'

라는 성인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일어날 일은 우주 속의 작은 변화이고

그 변화에 관한 저의 의견은

바로, 제 삶인 것이지요

예고 없이 닥치는 변화는 막을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우주의 몫이니

단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을 뿐입니다.


가끔 삶을 그냥 흐르는 대로

맥없이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

무의식 속의 또 다른 나는

삶의 소중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절대 뒤돌아 보지도 말고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라고

그리고, 저를 위해 일어날 일을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남은 생은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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