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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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고등학생이 된다'는 일본 광고 카피가 있다. 광고적인 말장난 같기도 하고,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오늘 아침, 수줍게 팔짱을 끼고, 미소 띤 얼굴로 연신 눈을 맞추며,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고등학생 커플을 보자, 불현듯 그 카피의 속내를 알 것도 같았다. 오롯이 상대를 향한 호기심과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르던 볼... 마음이 부풀어 두둥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던 그 시절, 우리는 아마도 고교생이었으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던 그때야말로, 연애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고교 시절, 친했던 남자 사람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 녀석의 엄마와 우리 엄마가 절친인 관계로,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기도 하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 녀석이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 녀석은 제법 훤칠하고(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등생이며 성격도 좋아서, 주변 여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나는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그 녀석에게, 상대가 누구냐고 다그쳤으나, 입술을 삐쭉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동네에서 그 주인공과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나에게 목격되었는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녀석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그 주인공은, 어느 반에나 있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말하자면 그 시절에 가장 흔했던 이름인 은주, 미영, 수진 중의 하나일 것 같은 그녀가, 도도한 얼짱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는 그 녀석의 여자 친구일 줄이야. 기말시험을 앞두고 수학 문제를 풀다가 나는 그 녀석에서 물었다. " 야, 나 진짜 궁금한데... 게, 어쩌다가 좋아하게 됐어? " 그 녀석은 참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 햄버거... 햄버거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 그리고 고개를 들어 어색하게 웃었다. " 햄버거를 크게 한입 베어 문 오동통한 볼이 너무 귀여웠거든." 나는 농담 같은 그 녀석의 대답에 눈을 흘기며 코웃음을 쳤다. 그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나란히 앉아, 그들이 햄버거를 먹던 광경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볼이 터져라 햄버거를 씹던 그녀를, 배실 배실 웃으며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녀석의 모습을... (아네고 에미)